복지부·서울시·삼성서울병원, 방역관리 ‘책임 떠넘기기’ 꼴불견

입력 2015-06-16 03:40
남형기 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오른쪽) 등 정부의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이 15일 삼성서울병원 현장 관리감독을 위해 병원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방역 관리를 둘러싸고 거친 톤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단계에 접어들기도 전에 책임 공방부터 벌이는 모습이다. 특히 방역 실패 책임이 가장 큰 복지부가 자성에 앞서 공개적으로 다른 기관을 공격하는 건 볼썽사납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vs 서울시=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5일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서울시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 복지부가 전권을 맡겼다는 주장과 민관합동태스크포스(TF)가 더 단호한 조치를 복지부에 건의했다는 서울시 담당 국장의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저해하는 발언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는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복지부의 공개 유감 표명에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반박에 나섰다. 그는 브리핑에서 “정부가 삼성병원에 전권을 맡긴다는 건 그럴 가능성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문제”라며 “이 표현은 특별대책반을 만들어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뒤 맥락을 살펴 전화라도 한 통 주셨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은 서울시의 137번 환자(55·응급실 이송요원)에 관한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도 부딪쳤다. 김 기획관은 “지난 5일 서울 보라매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신용카드 사용내역 확인을 통해 알아냈다”면서 “중앙 역학조사반의 결과에 담겨 있지 않고 서울시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복지부와 서울시는 이미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므로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성과를 올렸다는 주장은 공동조사의 원칙을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또 서울시가 공동조사에 참여시키자고 제안한 역학조사반 50명의 명단을 지난 12일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데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일렀다.

두 기관의 공방은 메르스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관의 책임자끼리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가 쓸데없는 기 싸움에 골몰하는 사이 방역망에 또 다른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복지부 vs 삼성서울병원=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137번 환자를 비정규직 외부 용역직원이라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빠뜨린 일이 병원 측의 ‘부족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접촉자 관리는) 정규직, 비정규직 따지지 않고 노출 위험도에 따라 다 해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관합동TF 즉각대응팀이 가서 장악을 하고 해당 부분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송요원이 비정규직이라서 명단 파악에서 빠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또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노출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 측은 문병객이나 단순 방문자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규정상 우리는 보건 당국에 환자나 의료진의 정보만 제출하면 된다”면서 “해당 환자들에게 연락해 누가 방문했었는지 조사하는 것은 당국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vs 삼성서울병원=서울시는 병원 측의 자료 제공 속도와 충실도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기획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1명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달라고 했는데 14명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명단에 이름만 있고 연락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히 복지부, 삼성서울병원 등 삼자가 정기적으로 협의를 했음에도 137번 환자의 존재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는 점에 상당한 유감을 느끼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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