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유화 제스처 배경·의미] 꽉 막힌 남북 관계 해소에 진정성… 불가능한 조건들 많아 성사 불투명

입력 2015-06-16 02:17
6·15남북공동선언 15주년에 맞춰 나온 북한의 잇단 ‘유화 제스처’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진정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조건들의 실현 가능성이 낮고,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긴장 관계도 여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15일 정부 성명을 발표하며 ‘엄중한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수습용’이라며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적시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의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성명 주체가 별도 대남기구가 아닌 정부인 점도 남북관계 진전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입북한 우리 국민 2명의 송환 의사를 밝힌 것도 불과 사흘 전 억류된 우리 국민 4명의 송환을 촉구하는 통지문 수령조차 거부했던 것과 대비된다. 송환 대상자들은 지난달 북·중 국경에서 실종됐으며 우리 정부는 가족과 관계기관 등을 통해 입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측하던 상태였다. 우리 정부가 이들의 입북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송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을 이렇게 빨리 송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접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북한은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는 것이 자기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대화할 생각이 있으니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뉘앙스의 차이가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긍정적 정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극적인 태도 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이 내세운 5가지 전제조건은 불가능에 가깝거나 과거부터 되풀이된 ‘선언적’ 내용들이다. 당장 오는 8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예정돼 있어 오히려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15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 가운데 광복 70주년 8·15 남북 공동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기선을 잡으려는 측면이 커 보인다. 북한의 유의미한 태도 변화론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부드럽게 해석하자면 5·24조치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우리 정부가 유연성을 보여주면 대화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되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 간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지난해 10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접촉한 게 마지막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