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보라매병원도 응급실 폐쇄… ‘환자 엑소더스’ 본격화

입력 2015-06-16 03:31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에 따른 의료 공백과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발(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와 의심자가 방문한 의료기관들이 잇따라 응급실 등을 일시 폐쇄하면서 지역 내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신규 외래·입원 제한으로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 엑소더스’도 본격화됐다. 주변 대형병원들은 혹시 감염 의심자가 섞여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불똥…응급실 폐쇄=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는 지난 5일 아들의 외상 치료를 위해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응급실에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오후 이런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은 보라매병원은 즉시 응급실을 한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긴급 감염 차단에 나섰다. 137번 환자는 새로운 슈퍼 전파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병원 측을 더욱 긴장시켰다.

보라매병원은 CCTV 분석으로 파악한 밀접 접촉자 12명을 자택 격리시켰다. 당시 응급실 체류 환자 38명 등의 명단을 보건소에 전달해 능동 감시대상에 포함시켰다. 병원 관계자는 “16일 오전 9시까지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다. 중앙대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라매병원은 지역 서민들이 주로 찾는 시립병원이다. 하루 평균 120∼150명의 응급환자를 받아왔다. 응급실 폐쇄로 인한 지역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암 환자가 주로 찾는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도 삼성서울병원에 다녔던 감염 의심자가 14일 오후 내원하자 응급실을 일시 폐쇄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암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본관 7층에 머물러 추적관리 대상이 아니었지만 암 전문병원인 우리 병원 특성상 적극적인 감염관리를 위해 응급실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이후 메르스 1,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원자력병원은 16일 오전 8시부터 응급실 운영을 재개키로 했다.

◇환자 엑소더스 본격화…불안해하는 주변 병원들=서울 강남권 대형병원 등에는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발표 직후 외래진료와 입원환자 이송이 가능한지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 병원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옮겨오는 환자를 막지는 않겠지만 기존 환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원칙을 세웠다. 환자를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방침이어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건 당국, 병원협회, 삼성서울병원은 14일 밤 서울·수도권 병원장 20여명과 긴급 모임을 갖고 삼성서울병원발 환자 대이동에 따른 대비책을 논의했다. 다른 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 정보를 제공받아 진료에 적극 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기존 DUR(의약품안심서비스) 시스템과 건강보험공단의 메르스 대상자 조회시스템 등을 통해 환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삼성서울병원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진료기록 등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이 정도로는 모든 감염 의심자를 걸러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 관계자는 “DUR 시스템은 약 처방 내역이 없는 사람은 확인되지 않고,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빠진 삼성서울병원 방문객이나 업무상 방문자 등 누락자들은 걸러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감염 의심자들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받고도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우리로선 알 도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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