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받은 靑… ‘거부권 정국’ 몰아치나

입력 2015-06-16 02:15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이 15일 국회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에서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양측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동희 기자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15일 ‘중재안’의 정부 이송을 통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벌써 전운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위헌성을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부권 정국’에선 여권 내 갈등이 불거지고 여야 관계 또한 냉전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정치권 전체가 한동안 요동칠 전망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반영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됨으로써 이와 관련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기대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법안 이송 절차를 끝낸 뒤 “정부가 걱정하는 강제성이나 위헌 가능성은 상당히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청와대 입장과 관련해) 의견 교환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부권이 행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송 법안이 여전히 정부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성을 안고 있어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친박 의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를 ‘요청한다’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수정 의무와 관련해 ‘처리한다’는 부분도 고치고 여야 원내대표가 ‘강제성이 없다’고 분명히 밝혀야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의원은 “자구 수정은 입법 취지까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위헌성이 해소될 수 없는 것”이라며 관련 협상을 주도한 당 원내지도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국회법 개정안이 거부될 경우 당청 관계는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된다. 당 지도부가 이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당청 관계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이 과정에서 집단 반발하면서 여권의 공멸 위기까지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요지부동 청와대’를 비판하는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목소리 또한 분출되면서 계파 갈등이 정점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이번에 이송되는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국회의장의 중재까지 거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여당 지도부가 거부권 행사 이후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재의결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재의결을 막는 방향으로 당 지도부가 밀어붙여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시나리오대로 가면 여권 내 갈등은 소강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 간 마찰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경제 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 법안 통과는 어려워지고 의사일정 합의조차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다면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거부권이 행사되면 재의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확답을 정 의장에게서 이미 개인적으로 받은 상태라고도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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