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중화권 중심으로 한국행 기피 확산

입력 2015-06-16 02:38

메르스 여파로 한국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화권을 중심으로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여름철 성수기에 관광 관련 업계가 받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항공사들은 한국으로 운항하는 항공 편수를 감축하는 것으로 15일 파악되고 있다. 중국국제항공은 베이징∼인천 간 노선의 운항 편수를 주 24편에서 21편으로 줄였다. 감편 운항은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동방항공도 윈난성 쿤밍∼인천 간 노선 운항을 오는 30일까지 주 5편에서 2편으로 줄인다.

대만 국적의 양대 항공사도 한국행 노선을 줄이기로 했다. 중화항공은 가오슝과 인천을 연결하는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등 다음 달 말까지 주당 42회인 한국행 항공편을 27회로 줄이기로 했다. 중화항공사는 최근 한국행 항공편의 좌석 예약률이 15%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같이 감축한다고 밝혔다. 에바항공은 한국으로 가는 항공기를 작은 기종으로 바꾸고, 다음 달부터는 인천∼가오슝 노선을 주 7회에서 2회로 축소할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한국을 찾는 다른 주요 수단인 크루즈도 메르스 때문에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예정된 칭다오발 크루즈 17편의 경유지가 기존 인천, 부산에서 일본으로 대거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출항 예정인 ‘사파이어 프린세스호’는 기착지를 부산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변경했다. 다음 달 26일 출발하는 ‘카리브의 해양 양자호’는 인천에서 후쿠오카로 기착지를 바꿨다.

홍콩 당국은 한국에 여행경보 3단계 중 중간단계인 ‘홍색 경보’를 발령하고,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홍콩 여행사협회는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던 한국 단체관광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한국에서 출발해 창이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과 중동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했던 러시아는 모든 공항과 항구 검문소에 열 감지장치를 설치하는 등 검역 조치를 강화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사할린,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등 주요 국제공항에선 한국에서 오는 항공편 승객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와 여행 방문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항공편 예약 취소가 잇따르자 한국 국적사들도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편을 축소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오가는 30여개 노선 가운데 17개 노선 운항을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축소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일부터 이미 중국과 대만 노선 운항 축소에 들어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