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든, 인터넷이든 법관의 말이 재판과 법원에 대한 신뢰를 해치지는 않는지 한 번 더 생각해주십시오.”
판사들의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자 법원이 자정 노력에 나섰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2015 함께하는 법정문화 개선 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김용담 전 대법관은 “‘사법 신뢰’라는 싸락눈이 쌓이려면 눈이 많이 내리는 것보다 미풍이 불지 않는 것이 빠르다”며 “법조인의 자제와 절제, 그리고 엄격한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늙으면 죽어야 해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 등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법원 신뢰도를 갉아먹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올해 초에는 현직 부장판사가 인터넷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저속한 표현을 담은 댓글을 1만건 가까이 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3월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의 결정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인 13개 기관·단체 중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날 행사에는 ‘막말’과 ‘무례’를 넘어 사법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해법이 논의됐다. 법관에 대한 언행 컨설팅을 맡고 있는 조에스더 엘컴퍼니 대표는 “권위주위와 타인 지향 완벽주의 등이 법정 내 갈등 상황에서 재판장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지곤 한다”며 “재판장과 변호인, 소송인 등의 역할과 그 소통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진 법무법인 KCL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진술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고 서면에 의존한 재판 현실에선 아무리 공정한 재판을 하더라도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구술변론’을 활성화한다면 재판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법정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생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드리기도 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품격 있는 자세와 언행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막말·댓글판사 오명 그만, 사법 신뢰 회복 모색… 법정문화 개선 포럼
입력 2015-06-16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