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家 vs 부시家 24년 만에 맞붙나

입력 2015-06-16 02:47
“또 부시냐.” “젭은 다르다.”

6개월 넘게 사실상 대선 주자로 활동하면서도 출마선언을 미룬 젭 부시 전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15일(현지시간) 마침내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아버지 조지 H W 부시(91) 전 대통령(1989.1∼1993.1)과 형 조지 W 부시(69) 전 대통령(2001.1∼2009.1)에 이어 부시 가문은 미국에서 3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됐다.

젭 부시 전 주지사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본선에서 맞붙게 된다. 이럴 경우 ‘부시-클린턴’ 가문은 24년 만에 백악관 입성을 놓고 재대결을 펼치게 된다. 1992년 대선에선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3.1∼2001.1)이 당시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를 꺾었다.

◇아버지와 형의 그늘 벗어날까=젭 부시 전 주지사는 출마 명분으로 내걸 한마디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다. 유권자들 사이에 ‘또 부시냐’는 피로감과 반발감이 적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고심은 그가 자신의 인생역정과 출마의 변을 담아 미리 공개한 동영상에도 잘 묻어난다. 동영상 제목은 ‘젭! 2016’이다. 자랑스러운 부시 가문의 성을 생략하고 그냥 ‘젭’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 자신의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만일 당신이었다면 그런 사실을 알고도 전쟁을 감행했겠느냐’는 질문에 부시 전 주지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후원금 기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지지자들이 줄을 이었다. 당내 경쟁자들조차 “형을 비판하지 않으려다 미국인 449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읽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당황한 참모들이 나서서 질문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부시 vs 클린턴’ 리턴매치 성사될까= 젭 부시가 공화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려면 당내 도전을 거쳐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비록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10명이 넘는 주자들 간 지지율 차이가 엇비슷해서 조그만 변수로도 판도가 뒤집어질 수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강점을 강조하기 위해 출마선언 장소로 플로리다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를 선택했다. 이 학교의 학생 16만5000명 중 68%가 히스패닉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하지만 당내 강력한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친다는 점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루비오 의원은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본인이 히스패닉이다.

젭 부시는 출마 연설에서 ‘강한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적은 더 이상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우리의 우방은 더 이상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강한 미국을 건설해 동맹국들과 함께 적극적인 (대외) 개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00만개 일자리 창출과 교육수준 향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