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진정이냐, 3차 유행 시작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사태 진정을 기대해볼 수 있는 요인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자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맘껏 돌아다닌 ‘슈퍼 전파자’ 후보가 여럿이어서 이들에 의한 집단 감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4차 감염자 잇따라=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15일 발표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4차 감염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4번 환자에 의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이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확진이 발표된 5명 가운데 3명은 확실한 4차 감염자다. 147번 환자(46·여)는 123번 환자(65)와의 접촉으로 감염됐다. 123번은 14번 환자에게서 감염된 3차 감염자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의 송태의내과의원에 함께 머물렀다. 123번 역시 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얘기다.
148번(39·여)과 150번(44) 환자도 4차 감염자다. 간호사인 148번은 지난 3일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36번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개인보호구를 다 착용했으나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CCTV 분석 결과 마스크나 고글을 만지는 등 전염될 수 있는 행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150번은 76번 환자(사망)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다.
146번 환자(55)는 3차 감염자인지 4차 감염자인지 모호하다. 그는 76번의 아들로 지난달 27일 어머니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다. 이때 감염됐다면 3차 감염자다. 하지만 그의 증세는 잠복기가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정 센터장은 “어머니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 전파자 후보들 잠복기 끝나야 판가름=4차 감염자의 잇따른 발생은 메르스 사태가 곧 ‘3차 유행’으로 번질 수 있음을 뜻한다. 보건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한 감염을 ‘1차 유행’으로, 삼성서울병원 감염을 ‘2차 유행’으로 보고 있다.
3차 유행이 시작되려면 이른바 슈퍼 전파자에 의한 집단 감염이 일어나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슈퍼 전파자 후보는 여럿이다.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으로 300여명과 접촉한 137번 환자와 700명 이상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 IT 업체 직원인 143번 환자가 그렇다. 76번에 의한 감염자도 12∼14일 3명이 발생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의한 추가 감염 여부는 각각으로 인한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알 수 있다. 137번 환자는 지난 10일까지 사람들과 접촉해 오는 24일이 돼야 잠복기가 끝난다. 발병과 진단에 걸리는 시간 3∼5일을 감안하면 29일까지 마음을 놓기 어렵다. 143번 환자도 지난 12일 격리가 이뤄져 잠복기와 진단 기간 등을 고려하면 7월 초가 돼야 그로 인한 추가 감염이 사라졌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방역망 관리가 관건=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로 인한 추가 감염자 발생은 지난 12일로 잠복기가 지나면서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감염자 발생도 줄고 있어 17일이면 2차 유행 종료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3차 유행의 관건은 보건 당국이 앞으로 격리와 모니터링 조치 등 방역 관리를 제대로 해내느냐다. 보건 당국의 방역망에서 빠진 사람이 또 나타날 경우 사태는 새로운 고비를 맞을 수 있다. 권덕철 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노출자 관리에 따라 사태가 확산될 수도, 진정될 수도 있다”면서 “즉각대응팀이 현장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격리 조치를 하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메르스 재난] 사태 진정이냐, 3차 유행이냐… 기로에 섰다
입력 2015-06-16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