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결에 본관 1층 회전문으로 들어서자 병원 관계자가 막아섰다. 회전문은 출구용으로만 쓴다고 했다. 입구는 회전문 옆 유리문으로 단일화됐으니 그리로 가라고 안내했다.
15일 국민안심병원인 이대목동병원을 찾은 A씨는 입구에서부터 이런 ‘철통방어’를 경험했다. 출구와 입구를 분리한 것은 약과였다. 로비까지 2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문진, 체온 검사, 방문 정보 기록 등 총 세 차례 확인 과정을 거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를 구분하려는 절차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이날 운영을 시작한 서울시내 병원 6곳을 둘러봤다. 하나같이 출입구 수를 줄이고, 내원 환자를 분리하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입구마다 발열검색대가 들어섰고, 환자 이마에 측정기를 대고 열을 쟀다. 큰 병원에선 열감지카메라를 이용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열이 높은 환자는 병원 안에 있는 선별진료소로 옮겨졌다.
중앙대병원은 본관 후문 왼쪽에 천막 형태의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접수와 진료 대기가 이뤄졌다. 천막 뒤에 있는 컨테이너박스에서 의사가 진료를 했다.
하늘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를 맞았다. 병원 관계자는 “컨테이너박스의 1, 2진료실은 모두 음압장치가 돼 있다”며 “메르스 감염 의심이 강하게 드는 환자는 1진료실에 격리한 뒤 유전자 검사로 확진 여부를 판정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병원을 방문한 한 환자는 “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왔다”며 “메르스 의심환자와 분리되니 불안감이 덜하다”며 “늦긴 했지만 이런 조치가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구에 있는 서울백병원을 찾은 이모(65·여)씨도 “든든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병원 앞에서 호흡기 질환자를 구분해 따로 진료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병원이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백병원은 지난 주말 본관 입구 맞은편 주차장에 컨테이너박스로 선별진료소를 마련했지만 이날 오전에도 수리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별진료소에서 간단한 진료만 받은 뒤 X선이나 채혈, 심전도 검사는 다시 병원에 들어가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의심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의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한 살도 채 안 된 딸과 함께 안심병원을 찾은 B씨는 진료를 받기까지 선별진료소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잠재적 메르스 의심환자들 사이에 딸이 함께 있다는 점이 무척 불안하다고 했다. B씨는 “고열이라는 이유로 선별진료소에 가라는 것은 일반 발열환자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만에 하나 같은 공간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면 우리도 안전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국의 안심병원은 이날 추가된 74곳을 포함해 161곳이다.
황인호 김판 최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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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6 03:46 수정 2015-06-16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