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농가 ‘과수 메르스’ 화상병 비상… 줄기·열매 검게 변해 말라죽어

입력 2015-06-16 02:03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과수 화상병’이 이달에는 충남 천안에서도 발생해 배 재배농가들이 비상에 걸렸다. 사진은 화상병에 감염돼 검게 타들어가는 과수나무 잎과 가지. 농촌진흥청 제공

열매나 줄기 등이 검게 말라 죽지만 치료약이 없는 ‘과수 화상병(火傷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7일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점차 남하해 이달에는 충남 천안에서도 발견됨에 따라 국내 최대의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배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15일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 지역의 배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과수 화상병 발생유무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지난 9일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화상병과 관련된 의심증상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나주지역의 과수 화상병 발병유무는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12일쯤 정확한 실태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나주 배 농가 김모(52)씨는 “병충해 방지를 위해 배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이미 마쳤지만 과수 화상병에는 어떠한 치료법도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과수 화상병에 걸리면 발병된 과수 나무를 기준으로 100m 부근의 모든 배나무를 뽑아내 소각하거나 매몰 처리해 확산을 막는 방법 밖에는 없다.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주산지인 나주지역은 2443농가 2300여ha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생산량 5만9000여t으로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경기도 안성, 충남 천안지역 29개 농가에서 26.4㏊가 과수 화상병에 감염됐다.

과수 화상병에 걸린 과수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잎과 줄기, 열매 등이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해서 말라 죽는다. 특히 사과, 배에 큰 피해를 주는 병해로 전염력이 강하고 치료약도 없다. 사실상 과수농가에게는 폐농(廢農) 선고나 다름없다.

과수 화상병은 미국과 캐나다 등 이미 50여 개국 이상에 발병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수입이 늘어난 외국산 농산물에 병원균이 묻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과수 화상병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연구과제 수행 중 지난달 6일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이달 1일 천안에서도 발견됐다. 안성의 한 농가로부터 4㎞ 정도 떨어진 곳으로 현재는 인근의 11개 과수원 5120그루로 확산됐다.

인접한 아산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아산시는 원예농협과 함께 과수세균병이 발생한 인접농가에 전 직원을 급파해 예찰활동에 나서는 등 비상근무에 나선 상태다.

한편 농식품부는 기관별로 역할 분담 및 유기적인 협력·대응을 위해 ‘예찰·방제 대책실’을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 호주 등 화상병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에서 한국산 사과·배의 수입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검역 협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현재는 안성과 천안지역 외에 나주, 논산, 울산에서 의심증상 신고는 있었지만 화상병과는 관련이 없다”며 “안성, 천안에서 조속히 방제가 완료되면 다른 지역으로 전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강희청 기자, 전국종합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