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5번 환자’였던 의사 정모(50)씨가 다시 동네 의원 원장으로 돌아와 청진기를 잡았다. 열흘간 병원 문을 닫았고 메르스 여파로 내원 환자도 줄어 경제적으로 타격은 크지만 정 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단골’ 환자들이 찾아왔고, ‘메르스를 극복한 의사’를 일부러 찾아온 메르스 의심환자들도 있었다.
정 원장은 15일 오전 8시50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 365열린의원 진료실에 들어섰다. 전날 비번이었던 간호사들과 반갑게 손을 마주치며 “잘 쉬고 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정 원장은 ‘1번 환자(68)’가 평택성모병원을 떠나 삼성서울병원으로 가기 전 그를 진료했다가 지난달 2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8일 국내 두 번째로 완치돼 퇴원했다. 5일부터 임시 휴원했던 이 의원은 14일부터 다시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 일곱 살짜리 딸을 데리고 한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 차례를 기다리다 준비돼 있던 손 세정제로 딸과 자신의 손을 깨끗이 닦고 진료실로 향했다. 이후 2시간여 동안 모두 7명의 환자가 정 원장에게 진료를 받았다.
일부러 정 원장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 A씨는 “사흘 동안 약을 먹었는데도 기침이 낫지 않아 뉴스를 보고 이 병원으로 왔다”며 “원장님이 누구보다 메르스에 대해 잘 알 것 같았다”고 했다. A씨는 가벼운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을 나섰다.
정 원장은 “지역민을 상대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보니 대부분 자주 뵙던 분들이 온다”며 “메르스 여파로 개인 병원으로선 타격이 큰 게 사실이다. 다른 병원도 환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천호동 365열린의원은 재개원하며 강동구가 지정한 ‘고열 호흡기 환자 진료병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소가 붐비거나 혹시 메르스 의심환자라고 진료를 거부당할 때 마음 놓고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됐다. 정 원장은 “지인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많은 분이 나를 응원해줬다”며 “덕분에 용기를 내 병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심희정 기자 mina@kmib.co.kr
[메르스 재난] 메르스 완치 원장 운영‘365열린의원’ 재개원 표정… 환자들 “잘 아실 것 같아”
입력 2015-06-16 02:25 수정 2015-06-16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