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시민 누구든지 서울시민필 단원이 될 수 있어요”

입력 2015-06-16 02:09

열아홉 살부터 45년 넘게 굴착기 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용석(65)씨는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서울시민필)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중학교 때 2년간 학교 밴드에서 활동한 이후 사는 것에 얽매여 악기 연주는 꿈도 못 꾼 채 살아왔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악기를 다시 손에 쥐었고 현재 ‘윈드 오케스트라’ 트럼펫 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김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주하러 가는 날은 일당을 포기해야 하는데도 가는 이유는 음악을 통해서 기쁨을 얻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민필 연주를 통해 삶의 기쁨을 만끽하고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시민필 단원에 도전할 수 있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민오케스트라네트워크, 세종문화회관과 손잡고 서울을 대표하는 서울시민필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에서 시민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단원 모집은 1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이메일(sj3991037@naver.com)로 신청을 받는다. 오디션은 다음 달 12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진행된다. 현재 프로 단체에서 상설 단원으로 활동 중인 사람을 제외한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민필의 상임지휘는 서울대 김덕기 교수가 맡고, 음악감독은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 김지환 단장이 활동하게 된다.

이번에 선발된 시민필 단원들은 8월 16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음악을 통한 나의 광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푸른 광복, 풀밭 위의 콘서트’로 첫선을 보인다.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사업본부장은 “서울시민필 창단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오케스트라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시민필 단원들은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 평소에 음악 연주를 들을 수 없는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 봉사 공연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자치구별로 51개 시민오케스트라가 결성돼 2200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민오케스트라 축제가 열렸는데 반응이 대단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시민오케스트라네트워크인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코아마)가 만들어졌고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민오케스트라를 창단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시민오케스트라 축제를 지켜본 뒤 “대단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 축제를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8월 콘서트 이후에도 10월 공연과 2017년 세계 시민오케스트라 축제 등을 기획해 서울시민필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