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에 문을 연 ‘그랜드 트리(GRAND TREE)’는 일본 유통 대기업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그룹의 역량을 결집한 새로운 쇼핑몰이다. 대형마트 이토요카도를 비롯한 그룹 대표 점포와 외부 입점 업체 등 160개 점포가 한곳에 들어섰다. 패션·잡화·식품 등으로 공간을 나눴던 기존 상업시설과 달리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콘셉트로 점포를 배치했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개장 당일 문을 열기도 전에 7000여명이 줄을 섰다. 오픈 첫날 12만명이 다녀갔고 개점 13일째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등 기존 형태에서 새로운 콘셉트와 전문 점포를 가미해 매장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쇼핑 성장, 출점 규제, 내수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꺾이자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최적의 매장을 찾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8일 경기도 일산에 문을 여는 이마트타운은 대형마트 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처음으로 한곳에 배치한다.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폭이 큰 창고형 할인점을 동시 배치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 라이프’, 통합형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 식음료 전문점 ‘피코크키친’ 같은 새로운 전문점도 둥지를 튼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타운 운영 결과에 따라 향후 선보이는 신세계그룹 신규 점포의 매장 콘셉트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2일 인천에 선보인 ‘롯데 팩토리 아울렛’은 유통 대기업이 만든 첫 창고형 아울렛이다. 2년차 이상 재고 구성비가 60% 이상으로 1년차 재고 구성비가 70∼80%인 도심형 아울렛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오픈 일주일 사이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목표를 50% 초과 달성했다. 대형마트가 종합몰로 변신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내 직영 매장을 줄이고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레스토랑 등 외부 입점 업체를 늘린 ‘더 플러스 몰’을 6곳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세종점 등 6개 점포 외에 올해 3개 점포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기존 매장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급성장 중인 온라인 쇼핑 및 해외직구 등과 경쟁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도 소비자 수요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오프라인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새로운 점포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5일 “쇼핑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업체마다 다양한 실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상식을 부숴라”… 진화하는 유통가
입력 2015-06-16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