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와 미얀마 가스전 내분으로 내우외환의 진통을 겪던 포스코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1조24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포스코는 15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에서 권오준 회장과 압둘라만 알 모파디 PIF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포스코가 보유한 포스코건설 지분 1080만주(26%)와 포스코건설이 발행할 신주 508만주(12%) 등 총 1588만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매각 후에도 포스코는 지분 52.8%를 보유해 포스코건설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PIF는 2대 주주가 된다. 포스코건설 경영에는 PIF가 선임한 2명의 이사가 참여하게 되면서 경영 투명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계약 체결로 포스코는 외자 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성과라는 실리를, 사우디는 포스코건설의 기술과 건설 노하우를 얻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과 PIF는 앞으로 합작 건설사를 설립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 호텔 등 현지 주요 건설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키로 했다. PIF는 사우디의 제조업과 산업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국부펀드로 자산 규모가 3000억 달러(330조원)에 달한다. 권 회장은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올바른 동반자를 선택한다’는 아랍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국과 사우디가 함께 미래를 열 수 있게 된 것도 고려시대 이후 양국 간 1000년 넘는 역사적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8월 말 PIF의 인수의향서를 받은 이후 실사 및 협상을 거쳐 9개월 만에 성사됐다. 포스코와 PIF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당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전략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4월 초 계약을 추진하다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 등으로 인해 2개월 정도 지연됐다. 건설 합작사업과 함께 추진됐던 포스코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우디 국민차 사업 진출은 마무리 단계로 최종 계약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1조2400억원 외자 유치… 포스코, 모처럼 웃었다
입력 2015-06-16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