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미술을 넘나들며 ‘현대판 문인화’를 그리는 이석우(74·사진) 겸재정선미술관장이 다음 달 31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갤러리 로터스에서 네 번째 개인전 ‘찬란한 미완(未完)-옛것에서 오늘을 찾다’를 연다.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평생 그림을 그려왔다.
이 관장은 청소년기 양수아(1920∼1972) 선생의 양화연구소에서 그림을 처음 배웠다. 20대부터 지금까지 드로잉 스케치북만 300여권이다. 그는 “나는 조선의 진경산수화가 겸재 정선의 작품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또 강세황이 지향한 정신, 마음을 기쁘게 하는 적의(敵意)와 흥을 푸는 견흥(遣興)에 공감한다. 유희의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자신의 작가 정신을 설명한다.
이 관장의 그림에 대해 이기웅 열화당책박물관장은 “전업작가가 아닌데 왜 그림을 그리냐는 물음에 그는 ‘그리고 싶어서 그린다’고 답했다”면서 “이 관장의 작업은 ‘조선의 문인화가풍’”이라고 평했다.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조선시대 선비화가가 그리는 오늘의 문인화라 할 수 있지만, 현란한 표현은 컨템퍼러리의 감성을 지닌 듯 맑고 담백한 옛 문인화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품 ‘가볍게 나는 소나무’ ‘매화와 달, 불로초’ ‘봄을 맞이한 바위’ 등의 소재는 자연물이나 색감은 빨강 노랑 초록 등으로 화려하다. ‘태초에 시작이 있었다’ ‘색과 기호’ ‘움직이는 선과 색’ 등 추상적 구상화도 있다.
이 관장은 전통회화 속에서 발견한 현대성을 자기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미학적 신앙’을 구현한다.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이유를 창조에서 찾는다. 피조물의 다양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이 이를 보여준다. 그는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모든 사물과 일에는 신비와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다. 시든 장미조차 신비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국민일보에 ‘이석우 그림산책’을 연재 중인 이 관장은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회원이다. 그는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1995)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2004) 등을 펴내기도 했다. ‘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2006)과 ‘박물관에 가면 그림이 그리고 싶다’(2010) 등의 전시를 했다. 강주화 기자
아름다운 창조의 세계, 현대판 문인화로 본다… ‘찬란한 미완-옛것에서 오늘을 찾다’ 이석우 개인전
입력 2015-06-17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