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민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이 정부의 메르스 예방법을 풍자했습니다. 무한도전의 리더 유재석은 ‘본인의 건강!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는 말까지 했는데요. 유재석의 이 말을 놓고 시청자들은 “셀프 방역시대가 도래했다”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지난 13일 방송된 ‘무한뉴스-건강합시다’ 코너에서 다소 직설적으로 보건 당국의 메르스 예방법을 비판했습니다. 유재석이 “낙타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고 하자 곁에 있던 박명수는 “한국에서 낙타를 어디서 봐”라고 일갈했습니다(사진 위).
메르스 낙타 예방법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나 낙타 우유를 삼가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낙타를 멀리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낙타 우유를 먹지 말라고 했으니, 인터넷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머리 대책이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네티즌들은 각종 낙타 패러디를 쏟아내며 정부를 비판했죠.
우리 정부의 메르스 낙타 예방법은 지난해 인터넷을 달군 일본의 방사능 예방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현의 후쿠시마시는 지난해 7월 ‘방사능에 지지 않는 몸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여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했습니다. 방사능을 이기려면 술을 적당히 마시고 살을 빼라는 내용이었거든요.
후쿠시마시는 방사능을 이기기 위한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제시했는데요. ‘섬유질이나 발효식품 등을 먹고 용변을 잘해 신속하게 배설하라’거나 ‘꼭꼭 씹어 식사를 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일찍 잠을 자고 적당히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죠.
방사능은 몸의 면역력으로 이겨내는 게 아닌데 말이죠. 얼마나 한심했는지 일본 네티즌들은 “여보세요. 방사능은 바이러스가 아니거든요? 지거나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고요”라는 댓글을 달며 혀를 찼습니다.
15일 인터넷에서는 낙타 분장을 하고 지하철에 등장한 남성의 사진이 인기를 모았습니다. 낙타의 탈을 쓴 이 남성은 등에 혹을 넣고 갈색 옷까지 맞춰 입은 것도 모자라 발가락을 끼워 넣는 슬리퍼를 신어 낙타 발굽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아래). 네티즌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한방에 날리는 멋진 코스프레”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큰일이 닥쳤는데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기는커녕 조롱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낙타 멀리하라’ 메르스 탁상 행정에 시끌… 무도 “낙타를 어디서 봐” 일침
입력 2015-06-16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