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4차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슈퍼 전파자 후보’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격리자도 5000명을 넘어섰다. ‘3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도 배제할 수 없어 메르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4차 감염자가 13일 처음 등장한 뒤 14일에는 추가 확진 5명 중 3명이 4차 감염자였다. 바이러스가 3명을 차례로 거쳐 네 번째 사람에게 옮는 4차 감염은 메르스 최초·최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국의 방역망을 뚫고 일반인과 접촉해 3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슈퍼 전파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이송요원으로 증상 발현 후 9일간 근무했던 137번, 이 병원 의사로 자가 격리 대상에서 빠진 채 진료를 계속했던 138번, 부산지역 병원과 약국 등에서 700명 이상과 접촉한 143번 환자가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 모두 당국의 밀접 접촉자 관리에서 빠져 있었던 사람으로, 이미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상황이다. 평택 경찰관처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도 최소 7명이나 된다.
‘2차 유행’의 큰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당국의 말 바꾸기는 계속되고 있다. 3차 감염 발생 이후 4차 감염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말하던 정부는 4차 감염자가 나타나자 ‘감염 차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지역사회 감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추가 확진자의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는 점, 일부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점 등도 정부의 예상과 다르다. ‘양치기 소년’을 보는 듯하다.
전염병은 99명을 방역해도 1명이 뚫리면 ‘99명의 의미’가 사라진다. 정부는 초기 방역 실패를 교훈삼아 3차 유행이 우려되는 진원지를 봉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 확진자들이 접촉한 사람들을 촘촘하게 추적해 가려내고 관리·감독을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하지 않았는가.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사설] 메르스 여전히 산 넘어 산… 진원지 봉쇄에 만전을
입력 2015-06-16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