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11시30분쯤 구이저우성에서 4남매가 농약을 먹고 사망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단순한 사고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세 살짜리 소년과 어린 여동생들이었고, 막내는 겨우 다섯 살에 불과했습니다. “잘못 알고 농약을 마셨겠지. 애들이 무슨….” 하지만 이들은 자살을 했습니다. 지난 12일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는 내용의 큰아들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요. 처음엔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들 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로움과 무관심 때문입니다. 아버지 장모씨는 도시로 나가 돈을 벌어 오는 농민공입니다. 2011년 고향 구이저우성 비제시 치싱관구 텐칸향 츠주촌에 10만여 위안(약 1800만원)을 들여 아담한 집을 짓습니다. 부인 런모씨와 함께 하이난 등에서 7∼8년 일하며 번 돈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행복할 것만 같았던 가정이 파괴된 건 엄마 런씨의 2013년 2월 가출 이후라고 말합니다. 런씨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합니다.
아빠는 지난해 8월부터 광둥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를 본 것은 지난해 3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4남매는 홀로 집을 지켰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담당 선생님과 공무원들이 가정 방문을 할 때마다 불을 끄고 인기척을 내지 않으면서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했습니다. 사고가 나던 그날 저녁에도 찾았지만 대답이 없어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죽은 뒤에도 한동안 연락이 안 되던 엄마는 지난 13일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후회했습니다. “나는 내 이름도 못쓰는 문맹이지만 아이들만큼은 열심히 공부해서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서는 4남매처럼 돈 벌러 간 부모 없이 홀로 집을 지키는 아이들을 ‘류서우(留守) 아동’으로 부릅니다. 중국 전국부인연합이 2013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농촌의 류서우 아동은 6102만5500명에 달합니다. 이 중 2200만명이 심리적·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 학자가 안휘성 모 지역 류서우 아동 22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 중 20%가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고 직접 행동으로 옮긴 아이도 5%에 이릅니다.
4남매의 비극이 단지 이들만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2012년 겨울, 같은 비제시에서는 5명의 아이들이 쓰레기를 태우며 잠을 청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었습니다. 지난해 안휘성에서는 9세 어린이가 자살했고, 2013년 장쑤성에서는 여자아이가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산시성에서는 5명의 아이들이 함께 약속을 하고 자살을 했습니다. 모두 류서우 아동들입니다.
류서우 아동들이 이렇게 방치된다면 중국의 미래도 없습니다. 4남매 자살 소식을 듣자마자 리커창 총리가 “이번과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생활고’라 생각했던 中 4남매 음독자살
입력 2015-06-1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