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소녀는 잠시 잊어주세요”… 박보영, 미스터리 시대극서 이미지 변신

입력 2015-06-17 02:35
사진=구성찬 기자

배우 박보영(25)은 언제 봐도 귀엽다. 풋풋한 소녀 같다. 나이에 비해 앳된 모습이다. 영화 ‘과속스캔들’(2008)에서도 그랬고 ‘늑대소년’(201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18일 개봉되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란 역을 맡았다.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스릴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괴력도 발휘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순백색의 옷을 입은 자그마한 얼굴에는 밝은 표정이 가득했다. “조금은 색다른 장르의 영화여서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시사회 때 엄청 긴장도 했고요. 다행히 영화가 잘 나왔다는 반응이어서 기분이 좋아요. 저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경성학교’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 경성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 여학생 기숙학교가 배경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주란(박보영)이 계모 손에 이끌려 전학을 온다. 기숙학교는 여학생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이고, 학생들은 하나둘 이상증세를 보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교장(엄지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수학생 선발에만 힘쓸 뿐이다.

박보영은 영화의 장르에 대해 설명했다. “음산하고 숨 막히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자꾸 사라지니 관객들이 처음엔 호러물로 생각하고 오싹함을 느낄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미스터리 시대극으로 바뀌는 겁니다. 과거 일본이 자행했던 생체실험을 모티브로 삼아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거죠. 시의성이 있는 영화입니다.”

독특한 장르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기적인 고민과 욕심은 항상 있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주란은 감정 변화의 폭이 큰 배역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어려운 연기였고, 촬영 내내 저는 언제쯤 연기가 늘까 생각하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엄지원 선배와 이해영 감독이 도와 주셨어요.”

그는 “생체실험 우수학생으로 뽑혀 힘을 쓰는 대목에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멀리뛰기를 하는데 공중에 붕 날아가는 장면이 있어요. 또 커다란 문짝을 집어던지고 사람의 목을 한손에 움켜쥐고 던지는 장면도 있는데 와이어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팔목도 가냘픈 제가 갑자기 헐크처럼 변해 괴력을 발휘하니 웃는 관객도 있던데 그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봐요.”

영화에서 그는 교복을 입고 나온다. ‘비밀의 교정’(2006) ‘달려라 고등어’(2007) ‘울학교 이티’(2008) ‘피 끓는 청춘’(2014)에 이어 또 다시 교복을 착용했다. 그는 “아직은 교복을 입었을 때가 굉장히 편하다”며 “30대를 맞이할 준비는 안 됐고, 관객들이 지겹다며 이젠 제발 벗어달라고 할 때까지 교복 입을 기회가 있으면 계속 입겠다”고 말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연애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그의 이상형은? “정신이 건강한 친구들이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저는 정신이 맑고 건강하고 생각이 올곧은 사람이 좋아요. 신체 건강한 것은 기본이겠죠. 잘생긴 남자는 일하면서 많이 보는데, 외모적인 기준은 없어요. 저는 한눈에 뿅 가는 사랑 절대로 안 믿거든요. 호호.”

그는 인터뷰 도중 생기발랄하게 웃으며 동생처럼 편하게 대했다. 화려함보다는 수수함을, 세련미보다는 따뜻함을 간직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제일 편하고 좋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더 잘되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배우로서의 현재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요.” ‘천하장사 마돈나’(2006)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해영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15세 관람가. 99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