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공룡들이 왔다… 스티븐 스필버그 ‘쥬라기 월드’

입력 2015-06-17 02:36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22년 만에 ‘쥬라기 월드’(사진)로 돌아왔다. 1993년 개봉된 ‘쥬라기 공원’은 당시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를 이용해 실물처럼 정교하게 만든 거대한 공룡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장면 등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편의 성공으로 2, 3편이 만들어졌다.

‘쥬라기 월드’는 공룡들의 습격으로 문을 닫은 공룡 테마파크를 재개장해 2만명이 몰려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편에서 연출을 맡았던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속편에서 제작 총괄을 맡았다. 22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기술력으로 구현한 비주얼과 육·해·공을 망라하는 공룡들을 전면에 내세워 전편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은 힘이 더 세졌다.

총알도 뚫을 수 없는 방탄유리 캡슐 곤돌라를 타고 쥬라기 월드를 구경하는 장면이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룡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탈출한 후 진압군을 따돌리기 위해 위장술을 쓰는 장면도 흥미롭다. 공룡 탈출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훈련용 랩터를 기르면서 인간과 교감을 나누는 설정도 새로운 재미를 준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철저히 스필버그 오마주(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것)에 기초했다. 공룡에게 살아있는 양과 돼지를 먹이로 주는 장면을 비롯해 막판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랩터가 한판 대결을 펼치는 구성까지 스필버그의 ‘셀프 오마주’가 곳곳에 널려 있다.

하지만 색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일까.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고 했던 시도가 촘촘하고 유기적인 스토리 전개와 연출에 방해가 된 듯하다. 공룡에 쫓기는 남녀 주인공이 위기를 벗어난 후 뜬금없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나온다. 아프간 전쟁에 공룡을 무기로 투입하는 건 어떠냐는 식의 대사는 듣기 거북하다.

영화에 나오는 PPL(간접광고)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미국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테마파크의 중심에 자리 잡은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가 눈길을 끈다. 스타벅스와 코카콜라도 카메라 앵글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다 보니 전편보다 철학과 깊이는 엷어지고 상업성과 오락성은 짙어졌다. 12세 관람가. 124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