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하나 둘 끝나가고, 설거지와 청소가 시작됐다. 문제는 보통 청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편리한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그간 낮은 요금으로 펑펑 쓸 수 있게 해 준 원자력발전소의 폐로(廢爐)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1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상업운전 개시 37년 만에 ‘건설-운영-해체-폐기물 관리’라는 생애 주기별 관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편리함과 경제성이라는 원전의 표면에 도취돼 있었지만 이제는 해독에 필요한 큰 비용과 긴 세월, 그리고 위험이라는 원전의 뒷면과 마주하게 됐다.
원전의 대표적인 숨은 비용으로 보통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폐로 처분을 꼽는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이나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방사능은 꺼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죽음의 재’를 무해하게 만들 수 없다. 원전을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폐로 비용은 어떤 폐기물까지 방사성폐기물로 엄중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원전의 노심과 주변 부분 등을 제외한 대부분(95%)을 일반산업폐기물로 정리할 수도 있고, 콘크리트와 철재 등 모든 폐로 폐기물을 방사성폐기물로 엄중 처분할 수도 있다. 양 극단의 폐로 비용은 각각 원전 건설비의 5∼10%와 1.5∼2.0배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정부는 원자로 1기당 해체 비용을 3251억원에서 6033억원으로 2012년 인상했다. 그러나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처분비, 물가 상승분 등을 포함하면 직간접 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폐로과정을 꼭 골칫덩어리로만 볼 일도 아니다. 원전해체산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이 9787억 달러(1000여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원전 ‘불끄기’ 비용
입력 2015-06-1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