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보건 당국에 1차로 제출한 14번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이 158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 접촉자는 명단이 즉각 제출되지 않거나 누락돼 방역의 구멍이 더 커졌다. 서울시는 이 병원에서 감염된 71명 가운데 34명(47.9%)이 관리 명단에 없었다고 밝혔다.
14일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 등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 당국에 14번 메르스 환자 접촉자 158명 명단을 1차로 제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밀접 접촉자를 150여명으로 분류해 관리를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측이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밝힌 접촉자 893명의 6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달 29일 14번 환자 발견 직후 접촉자를 모두 파악해 한꺼번에 당국에 제출한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냈다는 의미다. 병원 측은 CCTV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려 빨리 되는 것부터 보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1일 새벽까지 678명 명단을 제출했으며 보완 작업을 통해 4일 893명 명단을 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체 접촉자 파악에 시간이 걸리면서 감염 의심자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76번 환자(사망)의 경우 명단은 지난 3일 당국에 제출됐고, 본인에게는 6일에야 처음 격리 대상이라는 통보가 갔다.
더욱이 893명에는 병원 직원과 환자, 일부 보호자만 포함돼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문병객 등 단순 체류자에 대한 조사는 규정상 보건 당국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이 병원 응급실에 지난달 27∼29일 머물렀으면서 증상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전체 체류자 규모도 모른다는 얘기다.
현 상황은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와 접촉자 파악을 삼성서울병원에 맡겨둬 사태가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국가 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였고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이 지경이 돼서야 “삼성서울병원이 충분히 파악해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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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