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차 유행 비상]“해열제 한 알 안 먹어… 제일 힘든 건 답답함과 외로움”

입력 2015-06-15 03:49
“저는 증상이 하나도 없었어요. 병실에서 혼자 지내 답답했던 게 가장 힘들었고요. 스트레스 받을 때는 막 춤추고 노래도 불렀어요.”

지난 10일 메르스 환자 가운데 네 번째로 퇴원한 34번 환자 A씨(25·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열제 한 알 먹지 않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고 말했다.

A씨는 평택성모병원 간호사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68)가 입원했던 지난달 15∼17일 8층 병동에서 일했다. 메르스 검사를 받은 건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서가 아니었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31일 평택성모병원 근무자 전원에 대해 메르스 검사를 실시했다. 나흘 뒤인 3일 밤늦게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A씨는 “그때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아픈 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밤 근무를 마친 21일 아침 약간의 두통과 미열 증상이 있긴 했다. 평소에도 밤 근무를 하면 머리가 아팠다. A씨는 “21일 오전부터 바로 자택 격리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집에서 쉬자 곧 괜찮아졌다”고 했다.

감염자라는 통보를 받은 지난 3일에도 몸은 말짱한 상태였다. 4일부터 병원에 입원했는데 10일 퇴원할 때까지 아무 증세가 없었다. 체온도 가장 높았을 때가 37도였고, 대개 36.8도나 36.9도가 나왔다. 미열이 있었던 것 아닌지 묻자 A씨는 “이건 정상체온”이라고 답했다.

증세가 없으므로 치료도 필요 없었다. 다른 메르스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바이러스제나 해열제도 전혀 쓰지 않았다. A씨는 “잘 움직이지 못하니까 소화제를 달라고 해서 먹은 적은 있다”고 했다.

입원 기간 가장 힘들었던 건 답답함과 외로움이었다고 한다. A씨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걸 견디는 게 힘들었다. 인터넷으로 ‘순환운동’을 검색해 매일 따라하고 영어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는 혼자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낮에는 침대에 누워 있지 않고 앉아 있었다.

A씨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에 대해 “기억이 난다”고 했다. 체온이 38.5∼38.6도에서 잘 내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열이 안 떨어져 해열제를 드렸다. 혈압을 재는 등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아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그 환자는 또 기침을 지나치게 많이 해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두 차례나 건넸으나 답답하다며 쓰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병원 이곳저곳을 기침을 하며 돌아다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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