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차 유행 비상] 138번 환자 감염 의사 격리 대상자서 제외… 첫 증상 前 2주 동안 진료

입력 2015-06-15 02:40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 네 번째) 등 의료진이 14일 암병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3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24일까지 부분 폐쇄에 들어갔다. 송 원장은 “신규 외래·입원환자를 제한하고 응급 수술을 제외한 수술과 응급 진료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또 메르스에 감염됐다.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던 지난달 27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내과 의사다. 14번 환자를 진료한 것은 아니지만 응급실 구역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증상이 나오기까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은 채 진료를 계속했다.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확산에 또 다른 ‘구멍’이 확인된 것이다. 이 병원 의사가 감염되기는 35번 환자에 이어 두 번째다.

◇감염 상태로 환자 진료=이 내과 의사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중앙구역에서 진료했다. 하지만 자가 격리 대상에서는 빠졌다. 응급실에 체류하는 의료진이 아니어서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사에게 처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10일 오후 4시쯤이다. 열이 났고, 자택 격리됐다. 12일 확진 판정을 받고 138번 환자로 분류됐다. 그는 14번 환자와 접한 지난달 27일부터 첫 증상이 나오기까지 2주 동안 진료를 계속했다. 증상이 없는 동안 N95 마스크를 쓰고 진료했고, 10일 오전 환자 2명에게 심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심초음파 검사를 받은 환자 2명은 증상 발현 전 접촉해 감염 위험이 낮지만 즉시 병동 격리했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증상 발현 전에는 바이러스가 배출되지 않아 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이 의사와 접촉한 환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격리 대상에서 왜 제외됐나=슈퍼 전파자(14번 환자)와 같은 응급실 공간에 있었던 의사가 어떻게 2주 동안 계속 진료할 수 있었던 것일까. 같은 응급실에 있었던 다른 의사(35번 환자)에게 확진 판정이 내려진 건 지난 1일이었다. 그도 14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지만 감염됐다. 당연히 당시 응급실에 머물던 모든 의료진에게는 선제적 격리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의사(138번)는 격리 대상자가 아닌 삼성서울병원 자체 모니터링 대상자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작성할 때 노출 시간, 14번 환자와의 거리 등을 적용해 긴밀 접촉자, 밀접 접촉자를 분류했다”며 “위험도 분류에 따라 (격리 대상에서 제외) 조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 때문에 그 난리를 겪고도 안이한 대응을 계속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노인이나 기저질환자는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개 중증인 경우가 많다. 메르스 접촉 의심 의사를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과 만나도록 그냥 놔둔 것이다.

더욱이 이 병원에선 외래환자까지 감염되면서 짧은 시간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확인된 터였다. 그 외래환자는 화장실을 오가며 14번 환자와 마주쳤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응급실이란 공간에서 함께 있었던 의사는 체류시간 등과 무관하게 감염 가능성이 있었다. 초동 대응 실패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가 됐다.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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