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차 유행 비상] 삼성서울병원, 병동·대기실·응급실 안팎 인적 없어 적막

입력 2015-06-15 02:15
마스크를 착용한 삼성서울병원 직원들이 14일 ‘감염관리 중으로 출입 통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응급실 내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14일 부분 폐쇄 결정을 내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은 적막에 휩싸였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응급실 내외부는 물론 본관 건물 전체와 암병동, 외부 부지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병원 본관에 들어서기 위해선 입구마다 설치돼 있는 열 감지 카메라를 통과해야했다. 간혹 눈에 띄는 의료진은 마스크와 방호복, 장갑으로 무장했다.

본관 1층 왼쪽의 정형외과 병동은 진입로부터 긴 의자로 완전히 봉쇄됐다. 2층 뇌신경센터와 내과 등도 마찬가지였다. 조명도 대부분 꺼져 있어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평소 가득 차던 로비 대기석에는 시민 예닐곱 명이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A씨(57)는 “입원한 가족을 돌보러 왔다”며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B씨(44)씨는 “집이 지방인 데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셔 갈 곳이 없다”며 “중환자실 대기실이 폐쇄돼 그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면회도 못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본관에서 암병동까지 가는 길에도 청소를 하는 중년 여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병동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마다 ‘메르스 관련 면회 적극 자제 요청’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병원은 “15일부터 일반 병동을 포함한 모든 병동에서 면회를 제한하기로 했다”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의 경우는 예외”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민관합동태스크포스(TF) 즉각대응팀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이송직원(55·137번)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 병원 응급실 감염자가 늘고 의사 등 병원 직원까지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자 메르스 재확산이 우려된다며 전날 병원 측에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요구했다. 이 병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산하기관인 만큼 이 부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말도 나온다.

137번 환자는 비정규직으로 그동안 병원 측의 관리 대상에 빠져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부랴부랴 이송요원 90명 전원의 체온을 확인하고 문진을 실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비정규직이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느냐’는 질문에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137번 환자가 왜 빠졌는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왜 관리 대상이 아니었는지 사유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병원의 비정규직 2944명의 명단을 받아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김미나 고승혁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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