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차 유행 비상] 4900여명 진료 조정·차질… ‘환자 난민’ 속출 우려

입력 2015-06-15 03:41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제2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병원을 부분 폐쇄했다. 24일까지 전 분야 외래진료와 입원을 제한하며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 및 응급환자 진료를 일체 중단한다. 사실상 의료기관 기능이 한시적으로 멈춰지는 것이다. 지난 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혈관외과 의사(35번 환자·38)가 처음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된 뒤 10일 만에 취해진 조치다.

하루 평균 200여명 응급환자와 8500여명 외래환자가 드나드는 대형병원이 감염병에 뚫린 탓에 대규모 의료 공백과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부분 폐쇄 조치가 더 일찍 취해졌어야 하며, 추가 확산을 막으려면 ‘코호트 격리’나 ‘전면 폐쇄’ 같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환자, 초·재진자 4900여명…24일 이후로 진료 조정=삼성서울병원은 14일부터 외래 및 입원, 응급실 진료가 전면 제한됐다. 수술도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중단했다. 응급환자 진료를 일시 중지하고 입원환자를 찾는 면회도 제한키로 했다. 단, 메르스 환자 진료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부분 폐쇄 조치로 현재 남아 있는 입원환자와 진료 및 입원 예약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새 환자(병원 첫 방문자), 초진(진료과 첫 방문)·재진(진료과 두 번 이상 방문) 환자 등 490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24일 이후로 진료 일정을 조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병원 측은 통상 전체 환자의 6.5%가 새 환자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지만 항암치료같이 주치의 판단이 중요한 재진환자 등은 본인이 원할 경우 계속 진료를 받게 하고 신규 환자는 아예 안 받는다”고 밝혔다. 입원환자들은 500여개 협진병원에 의뢰해 수용할 경우 옮겨 치료키로 했다. 또 본인이 원할 경우 인근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단, 중환자들은 옮길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진료를 계속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규 예약 환자들의 다른 병원 진료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는 입장인 데다 입원환자의 경우 의료진 만류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간다면 속수무책이어서 이에 따른 혼란이 우려된다.

◇환자 떠맡기 꺼리는 병원들…혼란 불가피=게다가 주변의 일부 대형병원에서 “병원 간 감염 우려가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환자 받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주변 병원과 정보 교류도 안한 채 갑작스럽게 입원환자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온 산모를 거부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결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삼성서울병원 환자의 전원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이 방역에 실패하면서 비롯된 위험을 다른 병원 환자들에게까지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빅5’(대형 상급종합병원)에 속하는 대학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이탈 환자들이 주로 몰려올 ‘빅5’ 병원장들이 만나 대비책을 적극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보건 당국은 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 환자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통상 응급실을 통해 전원이 이뤄질 때는 주치의 간 협의가 있어서 성사되거나, 그렇지 않고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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