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명에게 메르스를 옮겨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14번 환자(35)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주변 곳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환자는 이동 중에 마스크를 수시로 벗은 것으로 알려져 병원 내 광범위한 오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호흡곤란으로 삼성서울병원 본관 1층에 있는 응급실로 이송됐다. 상태가 조금 호전된 환자는 이날 오후 3시10분쯤 응급실 밖으로 나와 10분간 응급실 근처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후 오후 6시4분부터 47분까지는 응급실 외부 복도와 응급실 앞 영상의학과 접수 데스크, 남성 화장실을 2회 가량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링거주사대를 직접 밀면서 이동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내 CCTV 확인 결과 14번 환자가 두 차례 응급실 밖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종종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가 병원 로비에 위치한 카페까지 드나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CTV에 사각지대가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14번 환자는 다음날인 28일에도 검사를 위해 응급실 외부로 나갔다. 마스크를 썼고 이송요원이 미는 병상에 누워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 13일 정부 브리핑에서 “14번 환자가 응급실뿐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내에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을 오염시켰다는 여러 가지 정황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초 14번 환자의 활동 범위를 응급실로 한정짓고, 응급실 내 밀접 접촉자를 중심으로 방역 관리를 해온 보건 당국이 뒤늦게 판단착오를 자인한 셈이다.
정부가 14번 환자의 동선을 너무 늦게 파악하는 바람에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복지부가 14번 환자의 추가 동선을 확인한 건 지난 13일이다. 공교롭게도 이 환자가 새롭게 감염시켰을 사람들의 최대 잠복기(2주)가 지나는 시점과 일치한다. 결국 정부의 늑장 대응과 오판 탓에 삼성서울병원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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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3차 유행 비상] 14번 환자, 마스크 수시로 벗고 두차례 1시간여 응급실 밖 병원 내 돌아다녀
입력 2015-06-15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