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을 운영하는 서울대병원과 동대문 상점가를 잇따라 방문했다. 14일은 당초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로 한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연기한 만큼 이번 주 내내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만만치 않은 국내 현안인 국무총리 임명, 계속되는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논란 등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주가 박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보여줄 고비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 메르스 치료병원·시장 연쇄 방문=박 대통령은 서울대병원 병동 밖 컨테이너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진을 만나 운영 및 치료 현황 등을 들은 뒤 노고를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특히 환자들에게는 의료진 여러분이 희망”이라며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마지막까지 힘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고 근무 중인 간호사와 전화 통화를 하며 “국민들이 너무 위축되지 않고 좀더 자유롭게 활동하시고, 병원에 오시는 것도 걱정 안 하시도록 많이 알려야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 8일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12일 경기도 메르스종합관리대책본부에 이은 네 번째다. 휴일에 보통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박 대통령이 병원을 찾은 것은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과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서울 동대문 패션상점가인 밀레오레 여성복·아동복 코너 등을 찾아 최근 해외 관광객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와 민관이 함께 메르스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주초 총리 인준 강조, 문책인사보다는 선(先)수습=박 대통령은 이번 주 국회의 국무총리 인준 절차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법규정을 적용하면 15일까지가 사실상 인준안 처리의 법적 시한”이라며 “15일에는 인준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 총리 인준안 처리를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표결이 이번 주 초쯤 이뤄지면 박 대통령의 총리 임명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당 단독으로 표결이 이뤄지고 야당이 강력 반발할 경우 또 다른 대치 정국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총리 임명을 전제로 한 원포인트 내각 개편도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은 황 후보자(사법연수원 13기)보다 아래 기수인 14∼15기에서 후임 법무장관 후보자를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곽상욱 감사원 감사위원,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권에선 메르스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청와대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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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