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날벼락에 ‘금리인하’ 호재 뒤섞여… 비수기 앞둔 부동산 시장 대혼돈

입력 2015-06-15 02:03

7월 본격적인 여름 비수기로 가는 길목에서 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연초부터 불붙었던 시장이 제대로 찬물을 맞았다.

각 건설사들은 6월을 올해 분양 호황의 정점으로 보고 물량을 쏟아냈다. 7∼8월은 휴가 계획, 폭염 등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끊기는 시즌이다. 더피알은 이달 전국에서 아파트 104개 단지, 7만5966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14일 전망했다. 7월에 예정된 물량은 34개 단지, 3만2577가구에 불과하다.

당장 연초부터 견본주택에 수만명이 몰리던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GS건설과 호반건설이 각각 분양하는 부천 옥길지구 자이와 호반 베르디움은 당초 12일에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었지만 개관일을 19일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같은 날 견본주택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충북 청주시 대농지구의 롯데캐슬시티 오피스텔과 부산 부전동 골든뷰 센트럴파크도 개관 날짜를 미뤘다.

분양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견본주택들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물론 전신소독 에어샤워기까지 마련하고 막판 수요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마스크 투혼’을 발휘해 견본주택을 방문하면서 분양 일정이 유지되고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 구경이나 투자가 목적인 내방객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발길도 메르스 유행 이전보다는 줄었다”고 전했다.

그나마 수익형 부동산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효과 혜택을 직접 받으며 최악의 상황은 피해가고 있다. 대우건설이 12일 개관한 총 1255실 규모 오피스텔인 성남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견본주택에는 주말 3일 동안 2만2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관 전날 오후 5시부터 마스크를 쓴 120여명이 줄을 서서 밤새 대기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대우건설 이기남 분양소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조치로 수익형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메르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이후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세입자의 매매수요 전환이 가속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실수요자가 많고 전세난이 심한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전환을 앞당기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 N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 조치가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리 인하 효과가 메르스를 이기고, 아파트 분양 시장까지 퍼질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금리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메르스보다도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반면 아파트 분양 시장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바로 체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