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삼성서울병원

입력 2015-06-15 00:50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 방역 관리에 계속 구멍이 뚫리면서 결국 부분 폐쇄에 들어갔다. 이 병원에 근무하다가 13일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 이송요원이 감염 후 확진 전까지 43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추가 감염 우려가 커진 탓으로 보인다. 137번 환자인 이 이송요원은 지난달 27∼29일 14번 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나 ‘응급실 내부’ 위주로 짜인 병원의 관리망에서는 빠져 있었다. 병원 내 감염 우려를 간과한 안이한 대응이었다. 137번 환자는 지난 2일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까지 근무하면서 환자 76명을 직접 이송했다.

병원 부분폐쇄 조치는 적절하긴 하지만 만시지탄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병원 내 감염 우려를 감안했더라면 원내 첫 확진자를 발표한 지난 4일 이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137번 환자와의 접촉자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이다. 주변 병원들은 삼성서울병원의 전면 폐쇄를 요구하며 일부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실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방역 관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원 측이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에는 140명만 들어 있었고, 4일을 전후로 제출된 2차 명단에는 600여명이 추가됐다. 그러나 여기에도 병원내 감염의심자와 문병객은 없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메르스 감염 의심자 관리가 매우 허술했음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이 기간 중 삼성서울병원에 접촉자 파악 등 모든 것을 맡겨두고 방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고 복지부, 서울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특별조사단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진자 가운데 응급실 바깥 외래를 통해 감염된 사례가 14일 한 건 추가돼 2건이 됐다. 141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와 동행했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또한 처음으로 4차 감염자도 나왔다. 민간 구급차 운전자인 133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76번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노출됐고, 구급차에 동승했던 구급대원도 14일 확진(145번)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3차 감염자인 76번 환자를 통한 4차 감염자다.

137번 환자의 확진으로 알려진 메르스 마지막 노출 시점은 지난 10일로 늦춰졌다. 그러나 137번 환자와의 접촉자 가운데 관리망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됐다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노출 기간은 기약 없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병원과 방역 당국은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빈 틈 없이 찾아내 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