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통의 풍속도’도 변합니다.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는 말투도 SNS의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고 있죠.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여러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상황을 적은 겁니다. ‘심쿵한’(심장에 ‘쿵’하고 충격을 주는) 글들이죠.
게시된 글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개요만 알려주고는 어떻게 끝났는지 결말을 밝히지 않는 겁니다. ‘?(물음표)’로 끝내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는 짧은 해시태그를 몇 개 붙여 답을 알려줍니다(사진).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요?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14일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입니다.
‘내가 어제 남자친구랑 빙수 먹고 있는데 오래된 남사친이 친구들하고 들어오더니 우릴 한 번 째려보고 가기에 카톡으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남사친이….’
여기서 남사친은 ‘남자 사람 친구’를 줄인 말입니다. 연인이 아닌 단순한 이성 친구를 말하죠. 하지만 그 뜻을 알았다고 해도 무슨 소린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답은 해시태그에 있습니다. 글을 쓴 여성은 맨 아래에 해시태그로 답을 짧게 끊어달았죠. ‘#니_남자친구는 #너_블루베리 #싫어하는_것도_모르냐’라고요.
이제 이해가 되나요? 정리하면 이런 상황입니다. 빙수 가게에서 남자친구와 빙수 한 그릇을 시켜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의 모든 것’을 친남매처럼 알지만, 연인인 적이 없었던 초등학교 친구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갑니다. 이유를 카카오톡으로 살짝 물어봤죠. 그랬더니 ‘네가 블루베리 싫어하는 것도 모르는 게 무슨 남자친구냐’라는 답장이 온 겁니다.
이렇게 까칠하면서도 배려하는 모습이 뭇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심쿵한’ 젊은 여성들은 SNS에 이런 화법을 서로 나누며 유행을 선도합니다.
해시태그는 단어 앞에 ‘#(샤프)’를 붙여 만듭니다. 해시태그가 담긴 글이나 게시물은 쉽게 검색되고 간편하게 공유됩니다. 그런데 해시태그 검색기능은 언제부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습니다. 대신 해시태그 자체가 새로운 화법이 됐습니다.
때론 말이 화(禍)가 되는 세상입니다. 직접 표현하기에는 예민하거나 말로 하기 힘든 진심을 해시태그 속에 감추는 것은 어떨까요. 숨은 그림을 찾듯 서로에게 속마음을 느끼게 하는 SNS의 새로운 화법처럼 말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친절한 쿡기자] SNS 게시글도 추리소설처럼… ‘결말 힌트’ 해시태그 달기 눈길
입력 2015-06-15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