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을의 헤딩, 女 월드컵 ‘역사’를 쓰다… 캐나다대회 조별리그 2차전 무승부

입력 2015-06-15 02:14

“여자 축구선수로 산다는 것은 힘들어요. 이 위치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슈퍼소닉’ 전가을(27·현대제철)은 지난달 18일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정식에서 눈물을 쏟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을 차는 한을 월드컵 무대에서 풀겠다는 의지가 담긴 눈물이었다. 지난 3월 열린 키프러스컵에서 무릎을 다친 전가을은 재활에 매달린 끝에 캐나다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여자축구에 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안겼다. 16강을 향한 전가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가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 코스타리카(37위)와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어 한국의 2대 2 무승부를 이끌었다. 한국은 전반 17분 코스타리카의 멜리사 에레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21분 지소연의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로 팽팽하던 전반 25분 전가을은 강유미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대 왼쪽 하단을 갈랐다. 그러나 후반 44분 칼라 비야로보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한 바람에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로 꼽히는 전가을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전가을은 이날까지 A매치 68경기에 출전해 33골을 기록했다. 이는 대표팀의 에이스 지소연에 이어 팀 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가을은 체력과 기술, 스피드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가을은 경기 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나 가슴이 아프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다. 스페인전에 모든 것을 다 동원해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스페인(14위)을 1대 0으로 누르고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코스타리카는 2무, 한국과 스페인은 나란히 1무1패가 됐다. 한국은 골 득실에서 스페인에 한 골 뒤져 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코스타리카가 강호 브라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이 18일 오타와에서 열리는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 이기면 조 2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설령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에 이겨서 조 2위가 된다고 해도 한국이 스페인을 꺾으면 승점 4점을 얻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를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한국이 스페인과 비기면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에 패하고, 한국이 스페인과 비기면 세 팀이 모두 승점 2가 되지만 스페인(골 득실 -1)이 한국(-2)보다 골 득실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승점 2로 조 3위가 된다고 해도 16강 진출은 불가능하다. 6개 조 가운데 3위 팀 중 4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데, 이미 A·B·C·F조의 3위가 승점 3이기 때문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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