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미술이 만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메세나’로 불리는 예술후원활동이다.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주자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보다 직접적으로 미술과 만났다. 자사의 산업 소재인 철과 자동차부품을 재료로 한 미술작품으로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포스코 ‘철이 철철’ 전=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포스코미술관이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기획했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작품은 김택기의 ‘로보트 태권 V' 조형물 2점이다. 굵은 철선을 구부리고 용접해 만든 태권 V가 색소폰과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각각 형상화했다.
박승모의 작품은 철사와 얇은 철망을 여러 겹 겹쳐 멀리서 보면 풍경 소묘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묻는 작품이다. 작고 작가 송영수의 추상조각은 처음으로 조각에 용접기술을 접목시켜 주목받았었다. 철이 가지는 물성에 전쟁 체험 세대로서의 고뇌와 공포를 담았다. 이밖에 알루미늄 판 위에 스크래치기법과 채색으로 극사실 작업을 하는 한영욱 등 총 9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철은 금속과의 합금으로 사용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디자이너 6인이 출품한 가구, 조명, 소품 등은 이런 철의 진화를 보여준다. 김경환의 의자 작품은 가죽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철을 수만 번 두드려 푹신한 가죽의 질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전시는 7일까지. 포항의 포스코갤러리(7월 17일∼8월 13일)에서도 순회전이 열린다.
◇현대차 ‘에브리웨어: 앙상블’ 전=어쩌다 차에 문제가 생겨 보닛을 열게 되지만 자동차 내부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그리 없다. 하지만 2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진 복잡한 기계인 자동차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내장처럼 신비롭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점차 기계들이 닳고 헐거워지는 모습도 생명체의 유한성과 닮아 있다. 미디어작가 그룹 에브리웨어(방현우·허윤실)는 미끈한 외관에 가려진 자동차의 내부, 즉 기계 본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 브랜드체험관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 중인 이들의 작품 ‘앙상블’은 자동차 내부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다.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의 안팎을 휘감고 있는 엔진, 라디에이터 등 수많은 부품과 배관, 타이어 등은 마치 미래 도시 같은 이미지를 준다. 카메라가 달린 미니어처 자동차가 내부에 건설된 도로를 타고 기계의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미니어처 자동차가 전송하는 내부 영상들은 벽면의 미디어월에 바로 투사된다.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자동차의 시점에서 차 내부 기계 속을 여행하는 것인데, 엔진은 마치 웅장한 건축물을 보는 느낌을 준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철과 자동차 예술이 되다… 포스코 ‘철이 철철’ 展·현대차 ‘앙상블’ 展
입력 2015-06-15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