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15년 이끈 ‘佛 오케스트라 지휘봉’ 내려놓다… 13일 고별공연 가져

입력 2015-06-15 02:10
지휘자 정명훈이 13일(한국시간) 파리의 라디오프랑스 콘서트홀에서 라디오프랑스 예술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공
협연자로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안으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잡아온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라디오프랑스)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정명훈은 지난 1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디오프랑스 공연장에서 열린 고별공연을 끝으로 예술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레퍼토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말러의 교향곡 5번으로 프랑스 언론은 “거장의 원숙함이 배어난 무대”라고 찬사를 보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프랑스 시민들 역시 거장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 프로그램에는 정 감독의 사진과 함께 ‘고맙습니다, 거장(Merci Maestro)’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라디오프랑스는 파리오케스트라,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다. 정명훈은 폴란드 출신의 거장 마렉 야노프스키에 이어 2000년부터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앞서 1989∼94년 파리 오페라바스티유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던 그는 라디오프랑스에 화려한 색채와 함께 역동적인 힘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핀란드 출신의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미코 프랑크가 정명훈의 뒤를 잇는다.

마티외 갈레 라디오프랑스 사장은 이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와 정 감독을 라디오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명예 음악감독에 추대했다. 갈레 사장은 “오늘은 라디오프랑스와 관객, 연주자 모두에게 벅찬 순간”이라면서 “정 감독이 라디오프랑스의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관객 앞에서 라디오프랑스 예술감독으로 일한 즐거움과 단원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마지막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단원들은 내게 천사였다. 음악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지난 15년은 특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40년 이상 근무한 후 올해 은퇴하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소개한 뒤 따뜻하게 포옹하며 단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내게는 3가지 소중한 것이 있는데, 바로 인간관계와 음악, 한국”이라면서 조국을 향한 그의 마음을 프랑스인들에게 전했다.

15일 이탈리아 최고 권위 음악비평가협회상인 ‘2015 프랑코 아비아티 최고 음악 평론가 상’을 생애 두 번째로 받는 그는 앞으로도 객원 지휘자로서 해외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1월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한국 및 중국 공연을 마친 뒤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1월 18∼19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케스트라와 평양에 가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분단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독일과 한국이 비슷한 점이 있으니 성사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남북한 합동 오케스트라 지휘에 대한 꿈을 밝히는 등 남북한 음악 교류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