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진료실에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2차 성징이 과도하게 빨리 나타나자 아이의 엄마가 “원인이나 알자”고 데려온 것이다.
진찰을 하니 성조숙증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와 주사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10년 2만8000명에서 2013년 6만6000명으로 4년 동안 약 2.3배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여아 환자가 97%, 남아 환자는 3%에 불과할 정도다. 초등학생 딸을 가진 학부모가 체형 변화 등 성숙도를 좀더 유심히 살펴봐야 할 이유다.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을 겪으면 장차 폐경이 앞당겨지고, 유방암이나 자궁암과 같은 악성종양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성인이 된 후에도 또래와 비교해 여아는 약 12㎝, 남아는 약 20㎝까지 키 차이가 날 수 있다.
성조숙증은 여러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가장 의심되는 것은 우리 몸에 흡수된 환경호르몬이 정상적인 내분비 기능을 교란시키는 경우다. 비만도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체지방이 늘수록 2차 성징을 유도하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사춘기 발현이 앞당겨진다.
유전적 요소도 30%가량 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다면 자녀도 사춘기를 일찍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불화와 학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TV 및 인터넷을 통해 받아들이는 성적자극도 아이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성조숙증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성조숙증 진단은 골 연령 검사 및 성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면 호르몬조절 주사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성선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 유도체란 약물이 주사제로 사용된다. 4주에 한 번씩 피하 또는 근육에 놓는다.
딸들은 사춘기가 되면 가슴이 발달하고 초경을 하는 등 2차 성징이 확연히 드러나 부모가 쉽게 신체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2차 성징은 자녀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겪는 성장통이다. 자녀의 초경이 축복과 감사의 계기가 되도록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김용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헬스 파일] 성조숙증
입력 2015-06-16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