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눈에 띄는 문화예술 교류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한국과 프랑스에서 대대적으로 문화예술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국내 연극 및 뮤지컬계만 보면 ‘일류(日流)’가 만만치 않다. 현재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5월 1일∼7월 5일 동숭아트센터),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5월 26일∼6월 20일 두산아트센터), ‘허물’(6월 2∼14일 국립극단), ‘겨울 선인장’(6월 18일∼8월 16일 윤당아트홀), 뮤지컬 ‘데스노트’(6월 20일∼8월 9일 성남아트센터) 등 5편이 공연 중이거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미 미타니 코키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서울 대학로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김준수를 내세운 ‘데스노트’는 티켓 예매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와 ‘허물’은 한국 연극계의 중심지에서 공연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겨울 선인장’은 주무대인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의 스테디셀러다.
사실 한국 연극계에서 일본 연극이 인기를 얻은 것은 10년 남짓 정도 된다. 2000년대 중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을 세밀하게 그린 히라타 오리자의 ‘조용한 연극’ 계열 작품이 국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고, 2008년 한·일 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이후 정의신은 동시대 가장 친숙한 극작가의 위상을 확보했다. 또 일본 최고의 코미디 작가 겸 연출가인 미타니 코키는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너와 함께라면’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로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연극이 국내에서 만만치 않은 위상을 확보한 것은 무엇보다 희곡 소재가 다양하고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는 소설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일본 문화에 친숙한 한국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일본 연극을 선호하게 됐다.
하반기에도 여러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정의신의 ‘가을 반딧불이’(7월 4일∼8월 30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외에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 10여편이나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한국에 일본 연극 붐을 일으킨 주역인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은 한·일 합작 연극 ‘모험왕’(7월 10∼14일), ‘신(新)모험왕’(7월 16∼26일·이상 두산아트센터)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히라타가 쓴 ‘모험왕’은 1980년 고국 일본을 떠나 해외를 여행하는 방랑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두 사람이 공동 창작한 ‘신모험왕’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세계를 여행하는 한국과 일본 배낭여행자들을 그렸다.
성기웅은 타다 준노스케와 같이 또 다른 한·일 합작 연극 ‘태풍기담’(10월 24일∼11월 8일 남산예술센터)도 선보인다. ‘태풍기담’은 셰익스피어 원작 ‘태풍’을 각색해 한국과 일본의 불행했던 역사를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타다와 성기웅의 협업은 이제 교류 차원을 넘어 공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해변의 카프카’(11월 24∼28일 LG아트센터)와 2000년대 등장한 일본 젊은 연극의 기수 오카다 토시키가 한·미·일 관계를 야구 이야기에 녹여낸 ‘야구에 축복을’(9월 19∼20일 아시아예술극장)도 기대작이다.
아울러 올해는 일본 뮤지컬이 한국에 자리 잡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이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서 공연돼 왔지만 이제 그 반대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토호가 제작한 ‘마리 앙투아네트’(2014년 11월 1일∼2월 1일 샤롯데씨어터)는 한국형으로 개작돼 히트한 바 있다. 일본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과 미타니 코키가 드물게 쓴 뮤지컬에 조승우가 출연하는 ‘오케피’(12월 18일∼2016년 2월 28일 LG아트센터)가 그 기세를 이을 태세다.
일본은 최근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한 ‘2.5차원 뮤지컬’을 고유 장르로 확립해 해외시장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 뮤지컬도 연극처럼 국내에서 위상을 차지할지 관심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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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