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을 받은 아버지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던 경기도 성남의 초등학생(7)이 1차 메르스 검사에서 음성이었다가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13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최종 확진하면 국내 첫 ‘10세 미만 메르스 감염자’가 된다.
12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91번 감염자로 확인된 아버지(46)와 함께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병문안을 갔다.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35)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68)에게서 ‘2차 감염’된 14번 환자는 같은 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체류하며 다수의 의료진·환자·방문객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91번 환자는 당시 응급실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고, 지난 8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어린이도 이때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차 감염자’인 아버지와 밀접 접촉을 통해 옮은 ‘4차 감염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버지의 확진 판정으로 격리 조치된 이 어린이는 지난 9일 체온이 37.8도로 오르며 발열 증상을 보여 1차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체 검사를 받았다. 당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12일 오전 검체를 채취해 실시한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성남시 측은 밝혔다.
이 어린이는 현재 열이 떨어졌고, 별다른 호흡기 증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후 함께 자택 격리 중이던 가족 외에는 외부 접촉이 없었다. 지난 6일 이후 학교에도 가지 않아 추가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경기도 보환연 검사에서 잠정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증상이 없고 연령적으로 발생이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검체 채취를 다시 해 국립보건연구원이 재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의 메르스 감염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해 유럽소아감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2년 첫 메르스 발생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소아·청소년 14명이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연령대는 최소 9개월부터 최대 16세까지다. 이 가운데 선천성 신증후군을 앓던 9개월 아이와 중증 폐질환인 섬유종낭포증을 가진 2세 아동은 숨졌다. 나머지는 대부분 증상 없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도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아이들은 메르스에 잘 걸리지 않으며 걸린다고 해도 무증상이며 완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 성인들처럼 기저질환(지병)이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경효 회장은 “천식 등 중증호흡기질환이나 폐질환, 신부전, 면역저하(암·수술 환자 등)가 있는 아이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일 뇌수술을 받은 16세 청소년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돼 67번째 환자로 기록됐다. 김 회장은 “아직 국내에는 소아·청소년 환자 사례가 극히 드물어 학회 차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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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3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