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경찰 유치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 경찰서는 메르스에 뚫릴세라 개인과 유치장 소독은 물론 수감자 체온·병력 확인 등 위생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수감자를 줄이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대로 검찰로 넘기라는 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관계자는 12일 “가급적이면 유치장 수감자 수를 조정하도록 서울경찰청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일부 경찰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수감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금천경찰서와 유치장을 함께 쓰는 구로경찰서 측은 “수감자가 평소 8∼10명 수준인데 메르스 이후 4∼5명으로 줄었다. 오늘은 2명 있다”고 전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평소엔 유치장 수감자가 7∼8명이지만 현재는 2명”이라고 했다. 서초경찰서 측도 “메르스 발생 이후 유치장에 오는 사람이 좀 줄었다. 딱 몇 명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다른 때보다 20% 정도 준 듯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대상 중 메르스 감염 의심자는 출두를 연기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는 벌금 수배자 김모(33)씨가 메르스 의심 증상을 수차례 거짓으로 신고했다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메르스 여파가 미치지 않은 유치장도 있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메르스로 유치장 수감 인원 변동은 없다. 사건 수에 따라 수감자 수가 달라지는데 메르스 탓에 사건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암경찰서와 함께 쓰는 성북경찰서 유치장은 평소 수감자가 2∼3명으로 적은 편이다.
동작·방배경찰서와 유치장을 공유하는 관악경찰서 측은 “평상시 수감자는 보통 10명 정도인데 지금도 그 정도다. 다만 최대한 빨리 인원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감자를 즉시 내보내고 영장이 청구되면 바로 검찰로 보내라는 내용의 내부 업무지시가 서울경찰청에서 내려왔다”고 전했다.
모든 경찰서는 지난 6일부터 유치장에 수감자가 들어올 때마다 개인 소독을 하고 체온과 병력을 확인한다.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있는지, 중동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수감 후에도 하루 2차례 체온을 잰다.
유치장과 내부 화장실·면회실, 물품 보관함 등은 모두 이틀에 한 번씩 알코올로 소독한다. 2주에 한 번은 외부 방역업체를 부른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유치장 내 방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방역 횟수가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강창욱 김미나 황인호 전수민 기자
kcw@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메르스 고비] 수감자 줄이고… 1일 2회 발열 검사… 경찰 유치장도 비상
입력 2015-06-1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