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고비] 35번 확진 의사와 접촉 1700여명 내일 격리 해제… 서울시 “감염 증상 아무도 없어”

입력 2015-06-13 02:34

메르스 감염 35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38)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자택 격리된 1700여명에 대한 격리가 14일 0시에 모두 해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2일 “35번 환자와 관련된 자택 격리 대상자 중에 아직까지 감염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없다”며 “다행스럽고, 격리 조치에 잘 따라주고 있는 시민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35번 환자와 지난달 30일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1565명과 보안요원 등 1700여명은 자택 격리 중인데 14일 0시에 잠복기가 끝난다. 격리자 중 의심 증세를 보인 사람이 2명 나왔으나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13일 밤 12시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격리자들은 모두 풀려나게 된다.

35번 환자는 서울시가 메르스 사태에 적극 개입하는 계기가 된 환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오후 10시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35번 환자의 존재를 언급한 후 ‘엄중한 상황’이라며 직간접 접촉자들에 대한 자가 격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병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할 당시에는 메르스 증상이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다음 날 오전 박 시장이 ‘불안과 우려를 키웠다’며 유감을 표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자체의 자체 대응이 도움이 안 된다’고 못마땅해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그러나 이후 방역 당국의 대응체계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간 병원 명단이 공개되고 지방자치단체에 ‘확진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체계가 구축됐다.

그러나 35번 환자와 관련된 자가 격리자들이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도 감염 증상이 없을 경우 박 시장의 심야 전격 기자회견에 대해 ‘과잉 대응’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들에게 큰 위험이 없는데도 1700여명을 자택격리 조치하는 등 지나치게 불안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다시 쏟아질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35번 환자가 29일부터 객관적 증상이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다중이 밀집한 조합 총회에 참석했는데도 복지부가 관련 정보 제공과 대응에 소극적이어서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에게서 보듯 한 명을 놓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의 그물망을 넓게 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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