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고비] 메르스에 피도 마른다… 헌혈 기피로 혈액 수급 비상

입력 2015-06-13 02:45
메르스 확산으로 헌혈 인구가 줄어들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역 헌혈의 집 관계자가 12일 텅 빈 헌혈의 집 안에서 애타게 헌혈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영희 기자
12일 부산 용당동 동명대 본관 옆 잔디광장. 적십자 부산혈액원 직원들이 헌혈하러 오는 학생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혈액원 직원들이 헌혈차량 주변을 지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권유했지만 헌혈에 선뜻 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하루 수백명씩 헌혈을 했으나 이달 들어 헌혈자가 부쩍 줄었다. 아무래도 메르스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헌혈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혈액 확보의 주요 통로였던 단체헌혈이 잇따라 취소·연기되고 개인적으로 헌혈의 집을 찾는 이들도 줄었다. 헌혈과 메르스 감염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절반 가까운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고 일부 군부대가 일반인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헌혈자가 급감했다. 세계 헌혈자의 날(14일)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계획했던 학교와 단체의 단체헌혈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 경기혈액원 관계자는 “메르스가 확산된 6월 들어 도내 헌혈자가 하루 평균 700명에서 45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는 이달에만 50여곳의 학교가 단체헌혈을 취소했다. 대구에서도 11일 단체헌혈이 예정돼 있던 한 고등학교를 포함해 기관·단체 6곳(헌혈자 1220명)이 헌혈 행사를 취소했다. 충북에서도 고등학교 3곳과 기업 3곳이 단체헌혈을 10월로 연기했다. 전북 지역도 하루 헌혈자가 120명 정도였으나 이달 들어 90명 안팎으로 줄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에서 총 140곳이 단체헌혈 예약을 취소했다. 헌혈자 수로는 약 1만5000명에 해당된다.

헌혈이 급감하면서 전국적으로 혈액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지역 헌혈량이 30%가량 줄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업보건협회 부설 한마음혈액원도 “지난해 6월과 비교해 헌혈량이 24% 정도 떨어진 수준”이라며 “적정 보유량은 5일분인데 현재 우리 혈액원에선 3일분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긴급 수술을 제외한 일반 수술은 연기된 건이 많아 병원의 혈액 수요가 다소 줄어든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정기 헌혈을 해왔던 학교를 중심으로 학사 일정에 따라 헌혈 계획을 아예 하반기로 미루는 곳이 많아 메르스가 지난 뒤에도 혈액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재고가 약간 있지만 메르스 여파가 장기화되고 방학과 기업의 휴가철이 겹치는 8월까지 헌혈 기피현상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