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고리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 권고를 내린 것은 국민들의 높아진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크게 작용했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이후 최근까지 사고·고장 건수가 130건으로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았다. 최근에도 가동정지 일수가 늘어나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강화된 원전 안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계속운전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법·제도적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 요건이 강화되면서 계속운전 시 얻을 수 있는 경제성도 낮아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리 1호기가 2007년 7월∼2017년 6월 10년간 1차 수명연장을 하면서 사후처리비용 상승, 이용률 저하 등으로 339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는 2008년 계속운전 신청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내놨던 순이익 예상치(2368억원)와 상반된 결과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안전성 보강 설비, 투자비 등이 원인이었다.
향후 폐로 절차는 간단치 않다. 고난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한 데다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의 운영허가는 2017년 6월 18일 만료된다. 그전에 한수원은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해체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원전 해체는 영구정지·냉각, 계획·준비, 사용후핵연료 인출·격리, 방사성기기 안전관리, 제염·기기구조물 해체,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원전을 정지한 후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데만 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실제 해체작업은 2022년쯤 시작된다. 토양과 건물 표면의 오염까지 제거해 부지를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최대 30년이 걸릴 것으로 한수원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원전 해체 경험이 없다. 원전 해체를 위해 필요한 38개 핵심기술 중 한국이 보유한 기술은 17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년까지 나머지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들어가는 법정 비용은 6033억원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6033억원을 현금으로 은행에 예치해둔 상태다. 하지만 실제 해체 과정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많아 소요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약 1조원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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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경제성 낮아 폐쇄 불가피, 1조 해체비용 큰 부담… ‘영구정지 권고’ 고리 원전 1호기 남은 절차는
입력 2015-06-1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