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극복하는 교회들] ⑥ 어린이교회 설립한 홍성국 안양 평촌감리교회 목사

입력 2015-06-15 00:34
홍성국 평촌감리교회 목사는 13일 “교회 중·고등부 아이들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있다”며 “이것이 어린이교회에서 주도적으로 신앙생활을 한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자랑했다. 안양=전호광 인턴기자

“아이들의 신앙 성장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부딪히고 깨닫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회가 교회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해야 교회가 아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감리교회 홍성국(62) 목사는 13일 “한국교회 교회학교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목회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홍 목사는 ‘아이들을 신앙생활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2001년 평촌감리교회 안에 ‘어린이교회’를 세웠다. 어린이교회는 어린이가 주체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앙이 성장하는 ‘교회 안의 교회’다. 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어린이·청소년교회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부딪히며 깨닫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과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했다.

“제가 18세 때 80여년 된 교회를 섬기고 있었어요. 하루는 담임목사님이 장로, 권사들을 다 제치고 제게 수요일 저녁예배 설교를 맡겼어요. 그래서 창세기 12장 1절 말씀으로 설교했는데, 지금까지 들은 설교는 다 잊어도 그 설교는 잊히지 않더라고요.”

홍 목사는 “단순히 배우기만 한 성경 지식은 쉽게 잊혀지지만 고민하고 서로 나눈 내용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며 “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이들은 예배 세례 성만찬 수련회에 참가해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신앙공동체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홍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고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라며 “이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자랄 때 교회학교에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의 50%가 교회학교가 없고, 교회학교가 있다 해도 50%는 어린이 전담교사가 없다”며 “사실상 우리 아이들이 방치상태에 있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홍 목사가 어린이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독교교육 권위자인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 전 총장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그는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6년간 석·박사과정을 공부하며 은 전 총장을 영적인 멘토이자 스승으로 모셨다.

반평생 기독교교육을 연구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 온 은 전 총장은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교회학교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 결과 ‘신앙은 학교에서처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라는 기독교교육자 존 웨스터호프의 기본 철학을 근거로 ‘어린이·청소년교회’를 대안으로 내놨다. 은 전 총장은 2001년 경기도 일산에서 ‘어린이·청소년교회운동 세미나’를 열었고 이 세미나에 참가한 홍 목사는 ‘어린이 공동체는 교회 부속기관이 아니라 어린이를 신앙의 주체로 세운 하나의 교회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평촌감리교회에 이를 적용했다.

홍 목사는 “평촌감리교회의 어린이교회는 여전히 세워지는 과정에 있다”면서 “당장 결실을 거두려 하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씨를 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교회를 통해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으로 성장시킨다는 꿈을 갖고 있다.

홍 목사 자신도 주님 안에서 삶을 개척하며 주도적으로 살아왔다.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일을 도왔다. 교회 부흥회에서 하나님을 전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신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고 자발적으로 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최우수상인 감독회장상을 받았고, 감신대 신대원을 거쳐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생 ‘공부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신학교도 제가 결정해서 간 겁니다. 하나님을 만나니까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하려고 4층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평촌감리교회는 홍 목사가 1991년 개척했다. 지하실에서 시작한 교회는 현재 재적 인원 1300여명이 됐다. 개척 3년 만에 지상으로 교회를 옮겼고 다시 4년 만에 현재의 교회를 신축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새 신자가 1년에 200여명씩 늘었다.

홍 목사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특별히 없던 길을 만들 수 있는 열정을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없던 길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길이 되더라는 고백을 담은 목회 서신 등을 묶어 ‘걸음마다 길이어라’라는 책도 펴냈다.

안양=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