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금리 올려도 통화 완화 기조 유지”

입력 2015-06-13 02:2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현재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창립 65주년 행사의 기념사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 지속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정책 여건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미흡하다면 통화정책의 기조를 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미 연준이 올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섣불리 뒤따라 올리지 않고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경제 악영향에 선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사상 최저인 1.50%로 낮췄다.

한편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금리 인하를 할지에 대해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는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의 근거로 한·미 간 경제여건 차이, 우리나라 재정정책 기조를 거론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하려는 것은 거시경제 여건이 금리 인상을 고려해도 될 만큼 회복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금리 인하 압력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재정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금통위가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반기 미 금리 인상이 예상돼 금리 인하의 실제 정책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