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어서 다행이다. ‘최대 고비’로 예상했던 12일 확진환자 수가 4명에 그치고, 격리자 수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기엔 아직 이르다. 의심환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지금과 같은 고강도 대응태세를 유지해야겠다.
현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나올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병원에서 환자의 침을 통해 감염될 뿐 병원 밖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옮았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119번 환자는 52번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119번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길 바라지만 맞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는 기존 방역체계를 전면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결핵처럼 공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염경로에 대한 기존의 역학조사 방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다양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병원 감염에 의한 환자를 빠짐없이 찾아내기 위해서는 당국과 병원이 철저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이 관찰 및 격리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보호자와 문병객 대부분을 빠뜨린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당국이 이를 믿고 감염경로를 파악하다 보니 제때 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메르스 대처에 아직도 허둥지둥대는 것인가.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3차 유행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지목된 서울 메디힐병원, 경남 창원SK병원,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확진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해야겠다. 보건 당국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사설] 공기감염·지역전파까지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입력 2015-06-13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