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책임회피, 가당찮다

입력 2015-06-13 00:40
메르스 사태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병원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이자 전체 확진환자 126명 중 58명이 감염된 곳이다.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제2의 메르스 진원지로 일컫는 이유다. 병원 측이 초기에 대응을 잘 했다면 이처럼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병원 응급실이 아닌 외래환자 가운데 처음으로 감염자가 나왔다. 또 이 병원 확진환자 중 절반이 넘는 30명이 격리자 관리명단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염자 파악과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으로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14번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당국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메르스가 확산됐는데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듯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14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 기록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거나 응급실 문병객 등 단순 체류자는 접촉자 명단에서 제외한 점 등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병원 관계자가 11일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 비판에 대해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발언 직후 병원 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병원 측이 12일 공식 사과했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병원 측의 비뚤어진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정상급 의료기관이다. 병원장은 세계적인 감염내과 권위자이다. 원인과 과정이 어떻든 메르스를 크게 퍼뜨린 것만으로도 입을 닫아야 된다. 앞으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한다는 의료기관의 자세로 돌아가 메르스 퇴치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