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안락했고 섬기던 교회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목사의 가슴을 옥죄는 고민이 있었다.
‘지금의 삶에 이대로 안주해버리는 게 아닐까. 하나님이 예정한 내 삶은 이게 전부일까.’
불혹을 넘긴 나이에 찾아온 제2의 사춘기. 목사는 목회지인 제주 사계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2013년 9월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았다.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전국일주에 나섰다. 제주에서 출발해 전남 해남을 거쳐 강원도 오지까지 40일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했다. 호구지책도 없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목사는 기도만 반복했다.
‘하나님, 새롭게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십시오.’
목사가 뜻밖의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9월이었다.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지인이 가게 인수 의향을 물었다. 목사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범한 목회자에서 카페 주인으로 변신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김두홍(44·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 최근 그의 카페 ‘행복한 동행’을 찾았다. 김 목사는 “예배당은 아니지만 주일이면 이곳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광릉수목원 주변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주민 10여명과 올 1월부터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주일이면 다들 장사를 해야 하니 아침 9시에 모여 한 시간 동안 기도하고 찬양합니다. 일반적인 예배당은 아니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웃음).”
카페에서 열리는 예배지만 웬만한 구색은 다 갖추고 있었다. 주일 아침 9시면 김 목사는 카페 한쪽에 작은 강대상을 만든 뒤 강대상 앞에 작은 십자가를 세운다. 예배 순서와 다양한 광고 문구를 적은 주보도 준비한다. 예배가 시작되면 차은지(39) 사모는 작은 전자키보드로 찬양 반주를 한다. 성도들 자녀는 5명밖에 안 되지만 이들을 상대로 교회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김 목사는 “제주에서 목회지를 떠날 때 다들 미쳤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지금의 ‘카페 교회’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에서 예배를 집전할 때마다 초기 교회의 모습이 지금 드리는 예배와 비슷했을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계속 했던 생각이 있어요. ‘목사는 꼭 교회에만 있어야 하는 걸까.’ 제주에 있을 때 알고 지낸 선배 목회자 한 분만 하더라도 일용직 노동자로 살면서 주일에만 예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었지요. 현재 한국교회는 포화 상태입니다. 교회의 대안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김 목사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교인들이 내놓은 헌금 일부를 라오스 등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보내고 있다. 카페 손님들을 상대로 향초나 유자청 등을 팔아 얻은 금액 일부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단체에 전달한다.
김 목사는 “제주에 있던 시절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차 사모도 “장사는 처음 해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주에서 ‘교회 사모’로 살 때는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지금은 카페를 하다 보니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새 신자를 맞는 기분이 들곤 해요(웃음).”
포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카페서 드리는 예배… 초기 교회도 이랬을 것” 담임목사직 내려놓고 ‘카페 교회’ 차린 김두홍 목사
입력 2015-06-15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