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영민] 대학생의 일 경험 확대돼야

입력 2015-06-13 00:20

최근 대학교육의 주된 성과평가지표로 대학생 취업률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인해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학문 발전에 이바지한 대학의 역할이 간과되고, 산업계 영향력에 의해 소위 비인기 학문분야의 존폐가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이 주된 요지다.

취업률이 대학교육 성과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으나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 취업률 산정방식 등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고, ‘바람직한’ 취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취업률이라는 개념에는 학교가 대학생 개개인에게 적절한 진로지도를 제공했고, 기업에 인성이 좋은 졸업생을 소개하며, 취업에 소요되는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시켰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취업을 지원하자면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지식 간의 간격을 줄어야 한다. 또 불완전하게 제공되는 기업정보로 인해 대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에 배치됨으로써 입·퇴사를 반복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넓게 본다면 대학과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산학협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취업은 산학협력의 기본 목표라기보다 성과에 가까워 대학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항이다. 반면 대학생의 일 경험은 산학협력의 한 활동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취업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산출하는 데 유리하다.

대학생의 일 경험이란 최종적으로 바람직한 취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실습이다. 일 경험은 금전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단순 아르바이트나 열정을 매개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반복적인 업무를 시키는 무급인턴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일 경험의 기회, 시간, 내용은 제한적이다. 부정적인 사례들도 있다. 올 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 경험 과정에서 무급, 최저시급 미만, 단순근로, 폭언, 착취 등에 시달린 대학생들의 비율은 60.5%에 달했다.

대학과 기업이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관계 구축도 필요하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괜찮은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소속 학생들에게 사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상담과 진로지도를 실시해 일 경험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은 직무경험과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양질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부당한 처우가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과 기업의 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학생들의 일 경험이 확산되도록 재정지원 확대, 우수사례 발굴, 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단위나 산업체 유형별로 대학과 기업 간 협의체 구성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생의 일 경험은 대학과 기업 현장을 이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질 높은 직무경험 외에도 기업의 내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고, 바람직한 취업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된다. 대학생의 일 경험 확대를 위해 대학,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