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심이 온통 메르스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 국토가 바짝 타들어가고 있고 낙동강에는 속칭 ‘녹조라떼’가 이미 등장하기 시작했다. 4대강사업 이후 해마다 등장하는 이 불청객 제거를 위해 녹조 제거선을 제작·투입하는 모양이다. 해양 방제선처럼 갈라진 배 앞부분으로 들어온 녹조를 걷어내는, 8시간을 기준으로 8만㎡를 운항하며 녹조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실질적인 효과성은 차치해 두고 근본적인 대책인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하천, 호수와 같은 담수생태계에서는 생산자 중 종조성이나 생물량으로 보았을 때 식물플랑크톤인 녹조류, 돌말류 및 남조류가 우세하며, 그 밖에 미세 편모조류가 다수 분포하고 있다. 식물플랑크톤은 햇빛을 에너지로 이용해 무기물을 유기물로 합성하는 기초생산을 담당하므로 다른 수중생물종에 비해 그 번식력이 매우 높다. 이들의 폭발적인 대발생은 ①호수와 같이 정체되거나 유속이 매우 느린 곳에서 ②질소, 인과 같은 먹이원이 충분히 공급되고 ③기온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부영양화’라는 과학적 메커니즘의 결과이다.
이들 대발생이 지닌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수중 내 산소 고갈을 유발, 타 생물종을 소멸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성물질을 유발하는 것이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는 독소를 가짐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데, 이들은 간에 해를 주는 간독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신경독 등 두 가지 치명적인 독소를 생성한다. 이 밖에도 치사에 이르진 않지만 배탈이나 피부염을 일으키는 당지질을 배출하기도 한다. 대량 발생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만들어내는 간독 중 일부는 1㎎으로 실험용 쥐 50마리를 죽일 수 있는 맹독성을 띠기도 한다. 3㎎이면 한 사람을 사망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하고 근원적 해결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가뭄을 동반한 고온건조한 기상도 작용했겠으나 근본적 원인은 유속을 지닌 강에 대형보를 설치해 여러 개의 정체된 ‘낙동호’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혹 이 상황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자연은 반드시 최후에 타격을 가한다’는 에코토피아의 저자 칼렌바흐의 말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근본적 대책을 논의할 시점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녹조라떼
입력 2015-06-1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