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메르스 위생관리 덕? 여름철 유행병은 줄었다

입력 2015-06-12 02:19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할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승을 부리면서 개인위생 관리가 엄격해지자 여름철에 유행하는 전염성 질환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수족구병 외래진료 환자가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으로 1000명당 12.6명 수준이라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21.6명)의 60%에 그치는 수치다. 수족구병은 미열과 입안의 물집, 손발의 발진 등을 동반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5∼8월 흔하게 발병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감염병감시과장은 “아이들이 모여 야외활동과 수련활동 등을 해야 수족구병이 퍼진다”며 “메르스 여파로 아이들이 각종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데다 손 씻기를 열심히 해서 병의 증가세가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여름이면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노로바이러스 등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급성설사질환 바이러스 5종에 감염된 환자 비율은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 설사질환을 앓은 5세 이하 환자 비율은 24.2%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6%보다 12.4% 포인트 줄었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급성설사질환 바이러스 발병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라고 했다. 최성호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엔 식중독과 세균성 장염 같은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며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고 위생에 민감한 상태라 다른 질병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마음에 챙긴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이 여름철 전염성 질환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G마켓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7일까지 마스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24%, 손세정제 매출은 1만8905% 증가했다. 위메프에서도 마스크와 손세정제 매출이 각각 3436%, 3225% 뛰었다.

여기에다 외부 활동 감소가 여름철 질병을 한풀 꺾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1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과 각급 학교 2622곳이 메르스 때문에 휴업했다. 경기도의 경우 사설학원의 10%가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교육청은 관내 유치원과 학교의 일괄휴업을 12일까지 연장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서울시의 환경작품공모전 시상식과 하이서울 자전거대행진은 미뤄졌다. 서울 강남구는 관내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때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챙기고 손 소독을 하다 보니 유행성 결막염 환자가 줄었다”며 “손을 잘 씻고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률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메르스 때문에 민감해진 요즘처럼만 개인위생을 관리하면 여름철 유행하는 접촉성 전염질환 발생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고승혁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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