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삼성서울병원 이해 힘든 4가지 의혹… 이름 노출 않으려 숨겼나

입력 2015-06-12 07:51 수정 2015-06-12 19:24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의 ‘수상한 관계’가 메르스 ‘3차 유행’ 위험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나오는 메르스 환자는 대부분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했거나 머문 사람들이다. 14번 환자와의 접촉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만 상당수가 정부 방역망에서 빠져 있거나 뒤늦게 관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구멍’을 만든 건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의 이해하기 힘든 일처리다.

의혹 #1 응급실 체류자들 ‘관리 공백 기간’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에 의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된 시기는 지난달 27∼29일이다. 복지부는 29일 오후 9시쯤 병원 측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병원도 이를 인정한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오후 9시5분부터 해당 환자를 격리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675명과 의료진·직원 218명 등 893명을 노출자로 파악했다. 병원은 “보건 당국과 협력해 입원환자와 응급실 퇴실 환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노출자 통보 및 관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언제 이들의 명단을 받았는지, 명단이 충실한지에 대한 검토는 했는지, 언제부터 응급실 체류자에 대한 관리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상식대로라면 복지부는 의심환자 존재를 통보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즉각 자료를 받아야 한다. 늦어도 31일에는 접촉자 명단을 받고 명단이 메르스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지 검토했어야 한다. 접촉자에게는 곧바로 격리나 모니터링 대상임을 통보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나타나는 ‘사실’들은 복지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자에 대한 당국의 ‘관리 공백’이 있었다는 뜻이다.

먼저 복지부가 76번 환자(75·여·사망)에게 전화로 격리 대상임을 알린 시점은 지난 6일이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떠난 지 1주일이 넘었을 때다. 이 병원 응급실을 지난 27일 찾았던 113번 환자(64)도 열흘이 넘은 지난 7일에서야 격리 통보를 받았다. 이들 환자는 그 사이 다른 병원을 돌아다녔다. 113번 환자는 11일간 최소 743명을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76번 환자는 지난 3일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가 외래진료까지 받았다. 병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68번 환자 부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병문안 등을 왔던 단순 체류자는 처음부터 접촉자 명단(893명)에 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됐을 리도 만무하다. 전북 김제에서 병원 3곳을 돌아다닌 89번 환자는 지난달 28일 응급실에 체류했으나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하다 본인이 지난 7일 스스로 삼성서울병원에 있었음을 신고했다. 복지부는 아직도 이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실장은 “보호자, 방문객은 명단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아 콜센터를 통해 추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3차 유행 매개 가능성이 있는 98번과 115번 환자가 언제부터 격리 대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응급실 체류자 관리를 제때 못한 이유는 의문이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라디오방송에서 “아무래도 복지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고 병원에 그냥 맡겨 놓은 것 같다. 복지부의 메르스 통계에 삼성서울병원 자료는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격리자를 병원별로 나눠 공개해 달라는 취재진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의혹 #2 복지부는 처음부터 삼성서울병원을 봐줬다?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사이에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68)가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이다. 지난달 21일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거친 병원 4곳의 의료진 64명을 격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이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자신들은 A씨의 확진 직후 환자 285명과 의료진 등 직원 193명(총 478명)을 접촉자로 파악하고 노출 가능성 통보와 필요한 격리 조치를 했다는 거였다.

병원 측 말이 사실이라면 질병관리본부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게 된다. 병원이 격리 조치한 의료진 수가 적어 64명 안에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국이 전체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64명 격리’만 발표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 급식요원까지 철저히 격리했다”고 강조했었다.

결국 복지부가 감염병 사건에 삼성서울병원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꼼수를 썼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일보는 초기 상황을 총괄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이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의혹 #3 왜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자료를 넘겨받나

14번 환자의 접촉자에 관한 삼성서울병원 자료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통로로 넘어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건 복지부다. 복지부가 관련 자료를 받아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전달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에 직접 자료를 요청해 받고 있다. 서울시 직원들은 지난 10일 밤에도 병원을 찾아 자료 요청을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에야 CCTV 자료를 확보하고 9일 추가 확진자 8명과 관련한 노출자 126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응급실 체류자들이 삼성서울병원을 떠난 지 거의 열흘이 넘어서야 정밀 분석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뒤늦게라도 서울시가 나서지 않았다면 관리 공백 기간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발언했다.

의혹 #4 5월 29일부터 6월 4일 사이 무슨 일이

돌이켜보면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건 무려 6일이나 지난 4일이다. 이 병원 의사(35번 환자)의 확진 사실 공개를 더 늦출 수 없게 되자 밝힌 것이다. 복지부가 이 기간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둘만 정보를 알고 있는 사이 27∼29일 응급실에 있던 사람 상당수가 전국으로 흩어졌다. 이들로 인한 메르스 3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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